찬바람 불면 앉으나 서나 피눈물 난다

  • 입력 2008년 11월 17일 02시 49분


■ 겨울철 불청객 ‘치질’

《15년째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강기성(46) 씨는 날씨가 추워지면 화장실에 가기가 두렵다. 배변이 힘들고 피가 난다. 직업상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데 앉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엉덩이에 찬 바람만 맞아도 통증이 느껴진다. 모든 게 치질 때문이다.》

○ 추워지면 심해지는 치핵

치질은 날씨가 추워지면 잘 발생하는 항문 질환이다.

치질은 △항문쿠션이 늘어나 항문 밖으로 나오는 치핵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이 곪는 치루 △항문이 가려운 항문소양증 등을 포함한다.

이 중 가장 흔한 치핵을 일반적으로 치질이라고 부른다.

치핵은 항문 안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것을 말한다.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을 경우, 변비나 항문괄약근 이상 때문에 항문 안쪽 정맥이 압력을 받으면 혈관에 피가 몰려 혈관이 부풀어 오른다. 이로 인해 피부가 늘어지고 혈관, 근육 등이 복합된 항문쿠션이 밖으로 삐져나온다.

추운 날씨로 피부와 근육이 수축되면 혈관이 더욱 압박을 받게 되기 때문에 치핵은 더 심해진다. 치루, 치열과 달리 겨울철에 치핵 환자가 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치핵이 생기면 처음에는 배변 시 휴지에 선홍색 피가 묻다가 중기에는 배변 후 피가 뚝뚝 떨어진다. 말기에는 배변과 상관없이 피가 난다. 항문에 찌릿찌릿한 통증도 생긴다.

항문에서 피가 나면 대장암을 의심하기 쉬운데 암과 치핵은 발병 원인 자체가 다르며 치핵이 오래된다고 암이 되지는 않는다.

선홍색 출혈이 아닌 검은 피가 보이면 종양 등을 의심해야 한다. 직장암 출혈은 검고 찐득찐득하다.

○ 비데는 하루 4, 5회 이하로 사용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들은 “치핵을 막으려면 항문 건강이 필수”라고 말한다.

배변 후 올바른 세정방법이 중요하다. 식사 후 3분 동안 이를 닦듯이 배변 후에도 항문을 깨끗이 닦아줘야 한다.

문제는 깨끗이 닦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항문은 여러 주름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닦아내기 힘들다. 손가락을 세워 항문 안까지 휴지를 넣어 닦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항문 주위 점막에 상처가 날 수 있다. 너무 세게 여러 번 닦으면 항문이 가렵고 따가워지는 항문소양증이 생길 수 있다.

휴지로 약간 닦은 후 물로 씻어내는 것이 가장 좋다. 요즘 많이 쓰는 비데는 높은 수압으로 설정해서 사용하면 항문에 지나친 자극이 생겨 출혈이나 심한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또 항문 주변에 묻은 세균이 비데 물살에 휩쓸려 다시 몸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질병이 생길 수 있다.

비데는 적당한 수압 유지가 중요하다. 전기 없이 작동하는 수동식 비데의 경우 손으로 누르는 압력만큼 수압이 강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전문의들은 “하루 4, 5회 이상 비데를 사용하면 항문이 건조해지고 가려움이 생긴다”고 말한다.

○ 변비로 인해 치질이 악화되기도

치핵을 예방하려면 생활습관도 고쳐야 한다.

오래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수시로 자세를 바꿔준다. 화장실에서 신문이나 잡지를 읽는 습관도 버린다. 신문을 읽으면 아무래도 배변 시간이 길어져 항문이 오랫동안 높은 압력을 받아 치핵이 생기거나 악화될 수 있다.

변비는 치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증상은 아니지만 변비로 인해서 치질이 악화되고, 또 치질로 인하여 변비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채소류와 물을 많이 먹고 음식은 꼭꼭 씹어서 먹는다. 달리기, 수영 등 유산소운동은 장운동을 촉진시킨다.

○ 소금물 좌욕 등 민간요법은 금물

규칙적인 온수 좌욕도 도움이 된다. 불결해지기 쉬운 항문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염증이 안 생기고 괄약근도 이완된다. 30∼35도의 따뜻한 물에 하루 1, 2회 항문을 담그고 3분 정도 있는다. 특히 배변 직후와 잠자기 전에 좌욕을 하면 좋다. 좌욕 후 항문 주위를 완전히 건조시킨다. 소금물에 하는 좌욕 등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은 피한다.

술을 마시면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혈류량이 증가해 치핵이 악화된다. 증세가 심하면 치핵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치핵을 몇 개 제거하느냐에 따라 당일 퇴원하거나 1∼3일 입원해 치료를 받게 된다.

(도움말=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 이재범 대항병원 치질클리닉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김진천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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