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 열자마자 “오바마”… ‘개표 드라마’는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1월 6일 02시 58분



흑인 95%-백인 43%-여성 56% 오바마 선택

NYT “인종 편견 씻어낸 국가적 카타르시스”

투표율 64% ‘100년 만의 기록’… 62% “경제가 표심 갈라”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의 승리는 국가적 카타르시스(정화)에 필적한다.’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뉴욕타임스는 5일 선거 결과를 이같이 평가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실정(失政)에 대한 심판과 함께 그동안 억눌렸던 인종적 편견을 깨는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의미에서다.

▽이변은 없었다=이번 대선 개표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오바마 후보는 5일 오후 1시경(이하 한국 시간) 캘리포니아(선거인단 55석)와 워싱턴(11석) 주에서 승리한 뒤 당선에 필요한 270석 이상을 얻어 일찌감치 승리를 결정지었다.

개표 초반인 오전 9시 반경 경합지역인 오하이오 주가 박빙이라는 폭스뉴스와 NBC방송 등의 보도가 이어지면서 잠깐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잠시뿐이었다. 2시간 뒤 오바마 후보가 오하이오 주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엔 거칠 것이 없었다.

오바마 후보는 오하이오(20석)와 플로리다(27석), 버지니아(13석), 펜실베이니아(21석) 등 대선 승리의 열쇠를 쥔 4개 주에서 모두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따돌렸다. 오바마 후보는 특히 1964년 이래 민주당 후보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버지니아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오바마 후보는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개최했던 미네소타 주는 물론이고, 매케인 후보가 한때 우세했던 위스콘신과 미시간 주를 빼앗아 왔다. 반면에 매케인 후보는 뉴햄프셔와 펜실베이니아 주에 오랜 시간 공을 들였지만 패배했다.

▽오바마 승리의 원동력=여론조사에선 흑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백인 유권자들이 정작 투표장에서는 백인 후보에게 투표한다는 이른바 ‘브래들리 효과’는 기우(杞憂)에 그쳤다.

뉴욕타임스 출구조사에서 백인 유권자의 43%는 오바마 후보에게, 55%는 매케인 후보에게 각각 투표했다. 백인 유권자들이 전폭적 지지는 보내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중적 행태를 보이지 않았음이 나타난 것이다.

유권자의 높은 투표 참여율도 눈에 띈다.

AP통신은 마이클 맥도널드 조지메이슨대 교수의 추정치를 바탕으로 이번 대선은 역대 최다 유권자가 참가한 선거라고 보도했다. 맥도널드 교수는 “유권자 1억3660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대선의 투표율은 64.1%로 1908년(65.7%) 이래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경제문제였다.

CNN방송의 출구조사에서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경제 문제라고 응답한 사람이 62%를 차지했다. 이를 반영하듯 오바마 후보는 다양한 유권자 층의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중도 성향의 유권자 60%가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고 히스패닉 유권자의 66%, 흑인 유권자의 95%가 오바마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또 여성 유권자의 56%, 남성 유권자의 49%가 각각 오바마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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