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의 편지’가 도착했어요!

  • 입력 2008년 10월 28일 02시 59분


첼리스트 장한나, 진천 문상초교생과 아름다운 인연

“교장선생님, 아이들이 다른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말이 생각나서 제가 그 나이 때 즐겨 듣던 하이페츠의 음반 하나 보냅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들으며 행복한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미국 뉴욕에서 장한나)

“지난봄 장한나 누나가 왔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누나가 주신 책도 잘 읽었어요. 한나 누나가 선물해 주신 하이페츠의 곡 잘 감상했습니다. 누나를 꼭 한 번 더 보고 싶습니다.”(문상초등학교 4학년 정민우)

올해 봄 충북 진천군 문상초등학교 마을도서관에서 학생들에게 책을 기증하고 연주를 함께했던 첼리스트 장한나(26) 씨. 세계적인 연주자인 장 씨와 전교생이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 시골 초등학교 학생들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장 씨가 런던 체임버 오케스트라와의 내한공연(11월 3∼9일)을 앞두고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진천의 문상초등학교 마을도서관에서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연주했을 때 너무도 기뻤다”며 “아이들을 위해 제가 초등학교 시절에 매일 들었던 야샤 하이페츠의 음반을 편지와 함께 보냈다”고 소개했다.

장 씨는 4월 7일 문상초등학교의 학교마을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해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 전교생 99명과 함께 연주했으며, 카프카의 ‘변신’, 톨스토이 단편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등 책 180권을 기증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장 씨가 기증해준 책을 표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전부 돌려봤으며, 장 씨가 선물로 보내준 CD도 점심시간과 자습시간, 음악시간에 감상해왔다. 4월 이후 장한나의 홈페이지(han-nachang.co.kr) 게시판에는 최근까지도 문상초등학교 학생들의 감사 편지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언니가 보내준 톨스토이 단편선 1편과 2편 잘 봤어요. 책 고마웠어요. 언니처럼 똑똑해지고 싶어요.”(최향숙)

“장한나 언니가 주신 책은 정말 재밌어요. 언니! 그중에서 돈키호테가 산초에게 섬을 준다고 하고 데리고 다닌 걸 보면 돈키호테는 참 재밌는 것 같아요.”(김혜련)

“20일에 학교 운동장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어요. 누나랑 했던 ‘주먹 쥐고∼’도 당연히 연주했고요. 누나가 오셨으면 정말 좋았을 거예요.”(정민우)

장 씨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음악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음악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되는 것은 싫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가는 연주를 통해 내면의 소리를 전달하는 것이므로, 우선 내면을 채우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하버드대 철학과에 재학 중인 장 씨는 최근 D H 로런스의 ‘아들과 연인’ ‘사랑하는 연인들’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말했다. 장 씨는 “톨스토이와 달리 로런스는 사랑에 대해 직설적인 화법으로 이야기한다”며 “마치 돌과 돌이 부딪쳐서 동그래지는 것처럼, 사랑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장 씨는 “음악이나 미술이나 인류의 무의식적인 흐름이 담긴 것”이라며 “음악가로서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악기 연습 외에 문학작품도 더 많이 읽고 싶고, 역사와 철학책도 많이 읽고 싶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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