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더 심해지는 피부 불청객 ‘건선’ “각질 떼지 마세요!

  • 입력 2008년 10월 27일 02시 58분


건선 환자가 머리에 보호두건을 쓰고 병원에서 자외선을 쐬는 치료를 받고 있다. 자외선 광선 치료는 1회 1∼10분 걸린다. 건선 치료에는 자외선 요법 외에도 먹는 약, 바르는 약 등이 사용된다. 건선은 찬 바람이 부는 가을 겨울에 증상이 악화되는데 20대, 30대, 10대 순으로 잘 생긴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시기에 건선이 발병하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사진 제공 서울대병원
건선 환자가 머리에 보호두건을 쓰고 병원에서 자외선을 쐬는 치료를 받고 있다. 자외선 광선 치료는 1회 1∼10분 걸린다. 건선 치료에는 자외선 요법 외에도 먹는 약, 바르는 약 등이 사용된다. 건선은 찬 바람이 부는 가을 겨울에 증상이 악화되는데 20대, 30대, 10대 순으로 잘 생긴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시기에 건선이 발병하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사진 제공 서울대병원
《임성윤(27) 씨는 얼마 전 무릎에 발진이 생기더니 흰 비늘 같은 각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건성습진인가 싶어 보습제를 바르니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그러나 날씨가 차고 건조해지면서 피부가 논바닥 갈라지듯 갈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임 씨는 건성습진이 아니라 건선(乾癬)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 피부건조증과 헷갈리기 쉬워

건선은 피부건조증, 아토피피부염 등 다른 피부질환과 헷갈리기 쉽다. 피부 표면이 건조하고 거칠어지며 흰 각질로 덮인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피부건조증은 가려움을 동반하는 반면 건선은 가렵지 않다. 또 아토피는 무릎 뒤, 팔꿈치 앞쪽 등 접히는 부분이 헐고 거칠어지는 반면 건선은 무릎 앞쪽, 팔꿈치 등 직접 외부와 접촉하는 부위에 생긴다.

건선은 피부건조증보다 완치가 어렵다. 당뇨병, 고혈압처럼 뿌리 뽑기 힘들고 계속 관리해 줘야 한다.

건선이 생기면 피부에 작은 좁쌀 같은 발진이 생기고 그 위에 비듬 같은 피부 각질이 겹겹이 쌓인다. 좁쌀 같은 발진은 주위에 생긴 다른 발진들과 서로 뭉쳐지거나 커지면서 주위로 퍼진다. 심하면 온 몸이 건선으로 뒤덮이기도 한다.

건선은 봄 여름에 나아지다가 대기가 차고 건조해지는 가을 겨울에 악화된다. 20대, 30대, 10대 순으로 잘 생긴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시기에 건선이 생기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건선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이 환경적 요인에 의해 자극받았을 때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대 청소년은 인후염 편도샘염에 의한 감염 때문에 건선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초경, 폐경 때 호르몬 분비 변화가 원인이 되기도 하고 피부에 난 상처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 심한 감기 앓은 뒤 악화되기도

춥고 건조한 환경, 스트레스, 감염 등 건선을 생기게 하는 환경은 피해야 한다. 심한 감기를 앓고 나서 피부에 발진이 생겼을 때 건선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각질을 없애려고 억지로 뜯어내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주희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목욕탕에서 각질을 불려 때수건으로 밀면 상태가 더 악화된다”며 “각질을 뜯어낸 자리에 피가 맺히고 세균에 감염돼 염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장질환, 고혈압, 조울증 치료약은 건선을 악화시킬 수 있다. 조울증 치료에 쓰는 리튬 성분이나 만성질환 치료에 쓰는 경구용 스테로이드 제제, 심장질환과 고혈압 치료에 쓰는 베타 차단제는 건선을 악화시킬 수 있다.

건선이 있으면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늘 신경 써야 한다.

윤재일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치료약을 먹으면서 함께 보습제를 발라주는 것이 건선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무리한 치료는 간에 부담 줘

이모(51) 씨는 7년 전 건선이 생겨 피부과에서 계속 치료를 받다가 ‘건선을 한번에 완치시켜준다’는 건강식품 광고를 보고 복용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건선이 심해져 진물까지 났지만 “피부가 한번 뒤집어진 다음에 좋아진다”는 판매자의 말을 믿고 계속 복용하다가 결국 온 몸에 건선이 번지게 됐다.

건선 치료는 먹는 약, 바르는 약, 자외선을 쐬는 요법 등이 있다. 치료 방법은 건선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건선은 치료 기간이 길다. 없어졌다가도 재발하기 쉽다. 장기간 치료해야 하므로 치료로 인해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력한 치료로 단기간 건선 증세를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어차피 재발되기 쉬우므로 안전하고 지속적인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이주흥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을 일시적으로 사라지게 하는 치료법은 많으나 어떤 치료법도 완전히 재발을 막을 수는 없다”며 “무리한 치료를 하면 간이나 다른 주요 장기에 문제가 생기고 스테로이드 중독이 되기도 하므로 단번에 뿌리 뽑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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