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병무]‘사이버 모욕죄’ 제정 미룰 일 아니다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인기 탤런트 최진실 씨의 죽음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자살의 원인이 사이버 인신공격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정보화시대의 총아인 인터넷은 우리 생활의 전반에 영향을 주면서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제 인터넷은 떼어 놓을 수 없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을 크게 향상시킨 것은 틀림없지만,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금 정치권에서는 사이버 모욕죄,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한 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파 간에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민주국가에서의 의견 대립은 당연한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국민의 바람에 따라야 한다. 법의 제정은 사회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방향을 맞춰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사이버 테러에 시달리는 사람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은 자신이 언제 사이버 해킹을 당할지 몰라 불안해한다. 인터넷에는 타인을 음해하는 글들이 수없이 많다. e메일을 봤는데 원하지도 않는 글이 실려 있을 때의 불쾌감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즈음은 불쾌감을 넘어서서 e메일 주소를 도용당한 데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이버 모욕죄 관련 법은 최진실 씨의 자살이 아니었더라도 이미 제정했어야 했다. 인터넷의 근거 없는 글은 대부분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익명의 글이다. 또 특정인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익명의 글에는 가치를 인정해야 할 내용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인터넷의 가상(假想)성, 익명성, 신속성, 확산성을 악용해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

피해의 정도가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급기야는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수준으로까지 가고 있다.

인터넷이 표현의 자유에 기여한 면은 지대하다. 사회 정화와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한 면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인터넷을 통한 표현의 자유는 앞으로도 계속 신장시켜 나가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민주국가의 표현의 자유가 사회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삶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회 안정을 저해하고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사이버 폭력을 방지하는 법은 하루라도 빨리 제정해야 한다. 다만 법 제정 과정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도록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올바르고 책임 있는 표현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려는 법 제정을 표현의 자유 침해 측면으로만 보고 반대하는 모습은 국민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제정하려는 법은 중요성으로 보아 더 미뤄서는 안 된다.

김병무 공주대 교수·사회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