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브래들리 효과’ 두 캠프 모두 촉각

  • 입력 2008년 10월 14일 03시 00분


여론조사 앞선 흑인후보

선거패배 재연여부 관심

수면 아래 잠복하고 있는 듯하지만 3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승부를 가를 최대 변수 중 하나로 인종문제를 꼽는 선거전문가가 적지 않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캠프 관계자들도 인종문제가 막판 대선 판세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에는 민권운동가 출신의 민주당 존 루이스 하원의원이 공화당의 존 매케인 대통령후보와 세라 페일린 부통령후보를 겨냥해 “증오와 분열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며 인종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루이스 의원은 1960년대 인종차별적 선거운동으로 악명 높았던 조지 월러스 전 앨라배마 주지사를 언급하며 “직접 총을 쏘지 않았지만 (인종차별적 선거운동을 통해) 미국 시민들에 대한 잔혹한 공격을 유발했다”며 “매케인 후보는 그 같은 불장난을 그만두라”고 공격했다.

과거 루이스 의원을 ‘영웅’이라고 칭송한 바 있는 매케인 후보는 즉각 “충격적이고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분열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을 정정하라”고 요구했다.

매케인 후보의 릭 데이비스 선거대책본부장도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인종문제를 역이용하고 있다”며 “인종문제의 희생자이기는커녕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2년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나선 민주당의 흑인후보 톰 브래들리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투표일 직전까지 여론조사에서 크게 리드했으나 실제 투표에서는 패배한 사례에서 유래한 ‘브래들리 효과’의 재연 여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별로 지지율에서 5∼10%포인트 앞서고 있는 오바마 후보가 경계를 늦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버지니아대 정치연구소의 래리 사바토 박사는 “오바마 후보가 사전 여론조사에서 확실히 앞서지 못할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카고대의 마이클 도슨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시장, 주지사, 상하원 의원 선거 등에서 브래들리 효과가 약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통령선거는 차원이 다르다”며 “백인의 흑인후보 지지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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