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터넷 악성 댓글의 人性 파탄

  • 입력 2008년 9월 1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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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의 자살이나 사망 소식이 들릴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던 인터넷 악성 댓글(일명 악플)이 탤런트 안재환 씨 자살 후에도 이어졌다. 여러 포털사이트에 고인과 그의 아내 정선희 씨에 대해 섬뜩한 욕설과 비방이 쏟아져 네이버는 댓글 차단 조치까지 취했다.

정 씨는 5월 한 방송 프로에서 촛불시위에 관해 논평을 했다가 인민재판에 가까운 악플 폭력에 시달린 바 있다. 정 씨의 논평에 대해 ‘촛불시위 비하 발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일부 누리꾼은 남편인 안 씨의 미니 홈피에 “이혼하지 않으면 (너까지) 다친다” “죽든지 이민가든지 선택하라”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일부 카페는 안 씨 부부의 화장품 판매사업을 방해하기 위해 불매운동까지 벌였다.

정 씨는 라디오 TV 등 4개 프로의 진행과 출연을 한동안 중단했다. 안 씨의 자살은 사업 실패와 빚 독촉 때문으로 보이지만 인터넷 불매운동과 아내를 괴롭힌 악플 탓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지탄(指彈)이 총탄(銃彈)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지만 억울한 악담은 누구도 견디기 어렵다.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는 3500만 명으로 인구 4명 중 3명꼴이다. 이처럼 사이버 문화는 국민의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인터넷 예의, 윤리, 법질서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심리학자들은 “악플을 다는 ‘악플러’는 일상생활에 자신감이 없고 심리적인 열등감으로 위축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일종의 정신질환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검찰에 기소된 악플러 중에는 20∼40대 샐러리맨과 주부, 학생이 많아 철없는 10대 청소년이 주류일 것이라는 추측을 깼다. 학교와 가정에서 인성(人性)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일부 사회 불만세력에 의해 의식화된 탓이다.

가정 학교 사회 국가가 힘을 합쳐 ‘건강한 사이버 문화’ 실천운동을 펴나가야 한다. 다행히 일부 누리꾼을 중심으로 자정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니 반갑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초중고교 정규교과과정에 ‘인터넷 윤리’를 별도 과목으로 개설토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사람도 사회도 살리는 사이버 공간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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