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불공정 막을 ‘백신’이 없다”

  • 입력 2008년 9월 10일 03시 07분


탈퇴 회원 콘텐츠도 영구적 무료 사용… 저작권 문제땐 개인 책임

인터넷 포털은 동영상을 만들어 올린 회원이 탈퇴를 하더라도 그 콘텐츠를 영구적으로 무료 사용한다. 저작권은 이용자에게 있지만 어느 법에도 이를 규제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포털이 콘텐츠제공업체(CP)나 이용자들과 맺는 콘텐츠 거래가 지나치게 불공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주요 사례다.

이처럼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포털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뿌리 뽑으려면 관련 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9일 입수한 ‘디지털콘텐츠(DC) 유통주체 간 거래 관행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일부 포털은 온라인에서의 영향력을 내세워 CP에 불공정 거래를 강요하고 CP는 포털이 갖는 지배력 때문에 이를 감수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박영도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윤태영 아주대 법대 교수 등이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용역 의뢰로 작성해 지난해 말 소프트웨어진흥원에 제출했다가 이번에 공개됐다.

이 보고서는 포털과 CP 간 계약 유형을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사전, 지도 등) △CP 입점 계약(오프라인의 백화점 입점 계약과 유사) △손수제작물(UCC) 이용 계약(이용자들이 생성하는 모든 콘텐츠) 등으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CP 입점 계약과 UCC 이용 계약에서 불공정 조항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CP는 우월적 지위를 가진 포털이 불공정 계약 조항을 강요하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고 일반 이용자들은 약관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조차 모른 채 포털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털은 회원들이 게재했던 동영상과 글, 사진 등의 콘텐츠를 해당 회원 탈퇴 이후에도 무상으로 사용하지만 막상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이용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5개 업체 6개 포털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던 공정거래위원회는 7월 이들의 ‘얌체 약관’ 다수를 발견해 포털 업체들의 시정조치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달 초 입법예고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도 독점적 DC 유통사업자인 포털의 이러한 불공정 거래 관행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 조항은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안에는 부정 클릭이나 광고 검색 결과 조작으로 인한 소액 광고주들의 피해를 방지하고, 검색 결과에 광고와 비(非)광고를 구분하도록 하는 조항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보고서는 포털과 DC 제공자 간 불공정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온디콘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2002년 제정된 온디콘법은 DC 생산·유통 주체의 명칭과 처벌 규정 등이 너무 추상적으로만 나열돼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윤 교수는 “포털의 불공정 거래도 저작권법이나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지를 확인한 뒤 관련 규제가 없으면 최후의 보루로 온디콘법을 적용해야 하는데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DC 유통의 활성화를 위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거래 환경이 확보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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