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공개방송

  • 입력 2008년 9월 5일 17시 22분


“엘레강~스한 문학 행사는 우선 멈춤!”

4일 오후 7시 서대문 문화일보 홀에서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장의 소리’공개방송은 ‘수줍거나 화려하거나’라는 행사 부제와 달리 능청맞고 수더분한 문학의 밤을 선사했다.

소설가 김애란이 진행하는 인터넷 문학 방송이 ‘제 9회 동서커피문학상’ 행사의 후원을 받아 마련된 자리였다. 낭독과 콘서트 위주의 기존 방식은 잠시 접고, 고정 패널과 청취자들과의 독특한 무대를 선보였다.

김애란 소설가는 라디오에서 잔잔하고 나른한 목소리로 청취자를 끌어들였다면, 스튜디오 밖에서는 톡 쏘는 발언의 애드리브로 방청객들의 웃음을 유도했다.

이 날 초대받은 성석제 소설가와 안도현 시인도 솔직한 얘기를 들려주며 소박한 공개 방송의 매력을 더했다.

독자들을 허허 웃게 만들다가도 서늘하게 뒤통수를 치는 ‘뼈있는 농담’을 잘 쓰는 성석제는 정작 “어린 시절 말을 잘 못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하다보니깐 글을 쓰는 데에 자꾸 농담이 들어가 걱정이다. 어릴 때 농담을 하면 사람들이 싱겁다고. ‘싱거벌레’라는 이름을 붙이곤 했는데 그런 이름 붙는 게 두려웠다”고 말했다. 창작집에 수록될 ‘낚이다 섞다 낚다 엮이다’ 단편소설 일부분도 들려줬다.

안도현 시인은 “소설은 시보다 원고료가 많습니까? 소설은 매수로 원고료가 계산되는데 시는 두 줄 쓰든 이백 줄을 쓰든 한 편 돈을 받는다”며 성석제에게 농담을 건넸다.

특히 고정 패널인 박상 소설가와 이우성 GQ 잡지 기자는 ‘남철, 남성남’ 같은 콤비 개그를 선보이며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박상은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을 개사해 부르고, 성석제 소설과 안도현 시를 코믹하게 패러디한 작품을 낭송했다. 이우성 기자가 자작시를 낭송할 때는 ‘뱀이다. 개구리 다’라는 가사로 유명해진 김혜연의 트로트 곡을 배경으로 깔기도 했다.

‘문장의 소리’ 특별 공개 방송은 누구나 상상할 법한 문학 행사의 고고한 낭만을 깨고 능청스럽지만 수수하게 작가들이 직접 준비한 자리였다.

이 날 행사는 http://radio.munjang.or.kr 에서 다시듣기 할 수 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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