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두∼둥” 고구려 天舞에 쯔진청이 숨죽였다

  • 입력 2008년 8월 16일 02시 59분


1500년만에 되살아난 ‘북춤’ 국수호 무용단이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15일 쯔진청 중산극장에서 북춤공연인 ‘천무’를 선보였다. 이 행사 첫 순서인 ‘북의 대합주’에서 여성단원들이 장구춤을 추며 무대를 누비고 있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1500년만에 되살아난 ‘북춤’ 국수호 무용단이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초청을 받아 15일 쯔진청 중산극장에서 북춤공연인 ‘천무’를 선보였다. 이 행사 첫 순서인 ‘북의 대합주’에서 여성단원들이 장구춤을 추며 무대를 누비고 있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고구려인의 기백을 형상화한 북춤이 1500여 년 만에 되살아나 중국의 심장부 쯔진청(紫禁城)을 떨쳐 울렸다.

15일 오후 7시 반 중국 베이징 쯔진청 내 중산극장. 적막 속에서 ‘둥’ 하는 대북소리가 극장을 울렸다. 순식간에 장막 뒤에서 오색의 한복을 차려입은 35명이 각기 다른 북을 들고 무대 위로 쏟아져 나왔다.

각양각색의 북에서 나는 소리는 점차 커지더니 순식간에 광야를 달리는 수천 마리의 말발굽 소리로 들려왔다. 이때 대북 사이로 분홍치마를 입은 여자무용수 10여 명이 장구춤을 추며 무대를 수놓았다. 북소리의 강인함과 장구춤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진 모습에 14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100분 내내 계속된 북춤의 향연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연호했다.

중국인 왕린팅(51·여) 씨는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해 한국인들의 남성적인 기세가 강렬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하얼빈공업대 홍병용(조선족) 교수는 “광복절에 민족적 색깔을 물씬 풍기는 공연을 쯔진청에서 보게 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 북춤은 ‘천무(天舞)’로 “인간의 맥박소리를 닮은 북소리로 하늘을 연다”는 뜻이다. 한국의 대표 창작무용단인 국수호 디딤무용단이 정부수립 60주년을 기념해 만들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비천무’, ‘기악천무’, ‘요령고무’, ‘조의선인의 춤’은 고구려인의 혼을 계승한 결정체다. 국수호 무용단 총감독은 20년간 500여 개의 고구려 벽화에 나타난 춤사위를 연구해 왔다.

‘천무’는 베이징 올림픽의 10대 문화행사 중 하나로 올림픽조직위원회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은 유일한 한국 공연이자 올림픽 기간에 쯔진청에서 열린 유일한 외국공연이기도 하다.

중산극장은 명(明) 청(淸) 시대 중국 황제의 연회장으로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 세계 3대 테너가 나란히 섰던 무대로도 유명하다.

국 감독은 “중국인의 자존심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쯔진청에서 한국인의 혼을 담은 몸짓과 소리를 전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베이징의 현대예술 중심가인 ‘798 다산쯔’ 예술특구에서도 16일부터 한국문화축제한마당이 열린다. 중국인들과 올림픽을 맞아 베이징을 찾은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예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자리다.

이 행사에서는 중고 스피커 3088개를 이용해 신라 성덕대왕신종(국보 29호)을 본떠 만든 ‘형연’을 선보인다. 설치미술작가 한원석 씨의 작품. 2006년 청계천 복원 1주년을 기념해 폐(廢)헤드라이트로 첨성대를 만들어 청계천 광통교에 전시한 바 있다.

베이징=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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