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올림픽 종주국, 한국인 걸 아시나요”

  • 입력 2008년 8월 5일 02시 58분


한국 기업 ICM이 주관하는 ‘월드사이버게임스’ 9년째 흥행

컨트롤타워 4명 “문화올림픽 키울것” 11월 獨대회 준비 분주

4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터내셔널사이버마케팅(ICM)사의 회의실.

이 회사 직원 이지하(25·여) 씨는 테이블 위에 놓인 마이크를 통해 능숙한 영어로 싱가포르 현지 협력회사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참 대화를 주고받던 이 씨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당초 계획했던 행사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씨 등은 다음 날 다시 통화하기로 하고 팀원들과 밤늦도록 대책 회의를 했다.

11월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올림픽인 ‘월드사이버게임스(WCG)’를 앞두고 각국이 대표 선발전에 돌입했다. 이 대회를 주관하는 ICM을 찾아 더위도 잊은 채 게임 올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는 ‘젊은 한국인’들을 만났다.

○ 지난해 74개국 700명 참가

월드사이버게임스는 e스포츠를 즐기는 세계 게이머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대회로 2000년에 시작돼 올해로 9년째를 맞는다. 올해는 11월 5∼9일 독일 쾰른에서 올림픽 본선 무대격인 ‘그랜드 파이널’ 대회가 열린다.

게임을 ‘제법 한다’는 글로벌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이름을 얻고 있는 WCG는 한국 선수들이 주름잡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인기 종목 ‘스타크래프트’에서 우승을 휩쓸다시피 했고 종합 우승도 3차례나 차지했다.

하지만 WCG를 잘 아는 한국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대회를 주관하는 곳이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ICM은 삼성전자의 투자로 2000년 탄생했다. 그해 ICM은 ‘사이버게임 올림픽’이라는 새로운 국제대회를 만들어 지난해 3000만 명이 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관람하는 대회로 키워냈다. 첫해 17개국 174명의 선수가 참가했던 이 대회는 지난해 74개국 700명의 선수가 참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WCG의 운영본부인 ICM의 임직원은 40명으로 모두 한국인이다. 나라마다 대표 선발전을 주관하고 지역 대회를 책임지는 현지 협력회사가 있지만 이들 회사를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바로 ICM의 SP(Strategic Partner)팀이다.

○ 끊임없이 국제전화로 일정 조율

현재 각국에서는 대표 선발전이 한창이다. ‘스타크래프트’ 종목의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각종 국내 대회를 석권하며 ‘본좌(최강자를 뜻하는 표현)’로 불리던 마재윤 선수가 탈락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4명으로 구성된 ICM의 SP팀은 세계를 네 지역으로 나눠 각국의 대표 선발전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그랜드 파이널’ 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김현식(34) 팀장은 서유럽, 성연재(31) 씨는 동유럽, 김수아(26·여) 씨는 중남미, 이지하 씨는 아시아와 호주 국가들을 책임진다.

현지 회사의 SP팀과 끊임없이 접촉하다 보니 이들의 시계는 늘 현지 시간에 맞춰져 있다. 팀원들은 요즘 하루 20회 정도 국제전화로 행사 진행 상황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김 팀장은 “세계적인 게임 올림픽을 우리 손으로 만들고 성장시키고 있다는 게 큰 보람”이라며 “WCG를 단순한 사이버 게임 대회가 아닌 세계적인 문화 올림픽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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