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위 타는 그녀… 갑상샘 이상?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7분


“왜 이렇게 땀이 나지. 혹시 더위 먹었나.”

회사원 전수경(36·여) 씨는 여름이면 유독 땀을 많이 흘린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쉽게 더위를 느끼고 땀이 흘러 근무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다. 전 씨는 ‘더위에 몸이 허해졌나 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병원에서 갑상샘 기능항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 갑상샘 환자 3명 중 1명 눈 커져

유독 더위를 탄다면 갑상샘 기능항진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목 앞쪽 튀어나온 부위 아래에 있는 갑상샘에서는 몸의 대사 속도를 조절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갑상샘 기능항진증은 이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증세다. 유전적 요인이나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특히 20∼50대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갑상샘 기능항진증은 95% 이상이 ‘그레이브스병’ 때문에 일어난다. 이 병은 체내 세균과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갑상샘 일부 구조를 세균으로 생각해 이에 대한 항체가 생기면서 발생한다.

항체의 공격을 받은 갑상샘은 더 많은 호르몬을 생산하고 이 때문에 신체의 대사 속도가 빨라지며 필요 이상의 에너지가 발생한다. 결국 남는 에너지는 열로 발산되고 몸에 열이 많아져 땀이 많이 난다.

심하면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가벼운 운동만 해도 숨이 차고 피로를 느낀다. 또 잘 먹어도 소모하는 열량이 많아 체중이 크게 줄어든다. 대변을 자주 보고 설사도 한다. 여성의 경우 월경 불순이 생기고 월경량도 줄어든다. 환자의 3분의 1 정도는 눈이 커지고 안구가 앞으로 튀어나오는 증상이 생긴다.

갑상샘 기능항진증 환자는 무더운 여름철에 증상이 지속되면 신진대사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건강이 악화된다.

○ 심장에 무리 안 가는 산책-수영 좋아

갑상샘 기능항진증 환자는 평소 매운 음식 등을 피하고 단백질, 당질, 무기질, 비타민B가 많은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섬유소가 많은 음식은 장운동을 증가시켜 대변 보는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피하는 것이 좋다.

술, 담배, 커피도 좋지 않다. 커피는 갑상샘 기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민감한 사람은 커피를 마신 후 가슴이 심하게 뛸 수 있다.

음주는 가슴을 더 빨리 뛰게 한다. 땀도 평소보다 더 많이 흘리는 상태에서 과다한 음주는 매우 위험하다. 금연도 필수다.

미역, 다시마, 김 등 요오드가 다량 함유된 음식을 많이 섭취해야 갑상샘 기능항진증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갑상샘 환자는 피로감을 잘 느끼므로 운동을 할 때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산책, 수영, 자전거타기 등을 하루 30∼60분 하는 게 좋다.

○ 항갑상샘제 1, 2년 복용 필요

치료는 항갑상샘제 치료, 방사성 요오드 치료, 수술 등으로 나뉜다.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는 주로 항갑상샘제를 복용한다. 복용 후 증상이 호전되고 갑상샘 기능이 정상화돼도 일정량을 치료가 끝날 때까지 계속 먹어야 하므로 치료는 1, 2년 걸린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갑상샘 호르몬을 만드는 주 원료인 요오드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환자가 방사성 요오드를 먹게 되면 방사성 요오드는 갑상샘에 몰리게 되고 갑상샘 안에서 지속적으로 방사성을 방출해 서서히 갑상샘 기능이 약화된다.

이 치료는 항갑상샘제만으로 완치가 어렵거나 치료 후 재발한 경우, 항갑상샘제에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 사용된다. 치료 중 몸에 받은 방사선 양은 성인에게는 거의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는 여성은 최소 6개월 동안 임신을 하지 말아야 한다.

수술은 갑상샘 일부를 떼어내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이다. 가장 신속한 치료법이지만 합병증과 흉터가 남는다.

간혹 수술로 갑상샘을 많이 잘라내거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은 후 갑상샘 기능저하증이 생길 수 있다. 이 증세는 항진증과 반대로, 호르몬을 갑상샘에서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추위를 잘 타게 되며 땀이 잘 나지 않고 피부는 건조해진다. 얼굴과 손발이 붓고 식욕이 없어 잘 먹지 않는데도 체중이 늘어난다.

갑상샘 기능저하증은 혈액 속 콜레스테롤이 증가해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심장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부족한 갑상선 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도움말=오승준 경희의료원 내분비내과 교수, 송영기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정재훈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김경래 영동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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