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재계 파워엘리트]CJ그룹

  • 입력 2008년 6월 5일 03시 03분


‘뚝심 孫’‘자율 李’리더십 조화… 끝없는 영토개척



《CJ그룹에는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옛 제일제당의 역사와 전통이 녹아 있다. 1953년 설탕회사로 시작해 제일모직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현재 삼성그룹의 큰 축을 이루는 데 자금줄 역할을 한 곳이 바로 제일제당이다. 1996년 삼성가로부터 계열분리가 끝나기 전까지만 해도 제일제당 하면 떠오르는 것이 설탕과 밀가루를 만드는 식품회사 이미지였다. 제일제당은 1996년 계열분리를 끝낸 후 CJ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제약 홈쇼핑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외연을 넓혀 나가며 식품회사의 틀과 이미지를 벗었다. 1996년 그룹 분리 당시 2조2000억 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10조500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자산 기준으로 재계 서열 17위(민영화된 공기업 포함) 그룹으로 도약했다. 마치 벤처기업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은 덕분이었다.》

○ 손경식-이재현 쌍두마차

CJ호(號)는 손경식 회장과 이재현 회장이 함께 경영하는 ‘쌍두마차’ 체제다.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 회장은 이 회장의 후견인으로 CJ그룹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다. 지난 10여 년간 CJ가 큰 위기를 겪지 않고 오늘날에 이른 데는 손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그룹 안팎의 평가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손 회장은 일주일에 2, 3차례 CJ 본사를 찾아 경영 현안을 보고받으면서 그룹 경영의 ‘큰 그림’에 간여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손이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조카다. 이 회장이 경영에 뛰어든 것은 1993년 삼성그룹으로부터 제일제당이 계열분리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해외유학 코스도 밟지 않은 토종파로 그의 독특한 기업문화론은 CJ가 식품회사에서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다.

1999년 자율복장 근무 제도를 도입했고 직급 대신에 ‘∼님’으로 호칭을 통일했다. 원하는 시간에 근무할 수 있는 자율 출퇴근시간제, 회사 각 층에 비치된 간이도서관 등도 그의 아이디어다. 사원들과 대화도 즐긴다. 책상에 걸터앉아 얘기하고 직원들과 남산에 올라 자유토론도 한다. 손 회장과 이 회장이 CJ그룹을 총괄한다면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은 그룹 핵심사업 중 하나인 엔터테인먼트&미디어사업을 지휘한다. 대부분의 대기업 오너 일가 딸들이 미술관이나 사회복지사업을 주로 맡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부회장이 이끄는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부문은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3%에 불과하다. 그러나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영화와 방송 산업의 특성상 일반인에게 CJ그룹을 소비재기업에서 문화기업으로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 글로벌 CJ를 이끄는 전문경영인들

“진정한 리더는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

이 회장이 ‘글로벌 CJ’를 선언하면서 중국 한비자(韓非子)에서 자주 인용하는 문구다. CJ그룹이 최근 10년간 외형이 급속도로 커지면서도 별탈이 없었던 데는 그의 용인술(用人術)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또 40대의 ‘젊은’ 회장 때문인지 그룹 내에서도 40, 50대 젊은 전문 경영인이 다른 기업들보다 많은 편이다.

CJ그룹의 132개 계열사(해외 현지법인 포함) 중 사장 직급은 CJ제일제당 한 곳밖에 없다. 대표이사라도 부사장 이하인 곳이 대부분이다. 그룹에서 차지하는 CJ제일제당의 비중을 알 수 있다.

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은 대상과의 조미료 전쟁에서 ‘고향의 맛 다시다’ 콘셉트로 조미료 시장 1위를 굳힌 사람이다. 1996년 한 외국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겼지만 1999년 친정으로 돌아왔다. 이재현 회장이 직접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이관훈 CJ제일제당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최근 CJ헬로비전 대표이사 부사장에서 자리를 옮겼다. 17년간 CJ제일제당에서 인사와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2004년 CJ헬로비전 대표 시절 10개월 만에 가입자 수를 50만 명으로 늘리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그룹 지주회사인 CJ㈜의 정홍균 대표이사 부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힌다. 1991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줄곧 경영기획 및 경영전략 분야를 담당해왔다. CJ그룹의 매각이나 인수합병(M&A)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임영학 CJ홈쇼핑 대표이사 부사장은 삼성물산 영업맨 출신으로 2002년 영입됐다. CJ홈쇼핑 중국 진출을 주도했다.

하대중 CJ CGV 대표이사 부사장은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형 극장인 CGV를 들여온 엔터테인먼트 전문가다.

김홍창 CJ투자증권 대표이사 부사장은 이 회장이 제일제당 입사 초년병 시절 경리부서에서 함께 근무한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CJ투자증권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 후 그룹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근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부사장은 2006년 해외 외식사업 강화를 위해 영입됐다. 대우, 풀무원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다.

강석희 CJ미디어 대표이사 부사장은 제약 마케팅 전문가 출신이지만 케이블TV 업계로 자리를 옮겨 회사를 케이블 시장 1위에 올려놓았다.

민병규 CJ GLS 대표이사 부사장은 1979년 제일제당 입사 이후 물류 분야에서만 일했다. 대표이사 취임 후 국내외 물류기업 M&A를 통해 그룹 내 물류사업 비중을 넓혔다.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이사 부사장은 데이콤 하나로텔레콤 등 통신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서울산업대 IT정책전문대학원에서 방송통신정책을 전공한 박사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주력부대 CJ제일제당 진두지휘 ‘6인의 부사장’▼

CJ제일제당은 CJ그룹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다. 식품, 신선(新鮮), 소재, 바이오, 제약, 사료 등 6개 사업군(BU·Business Unit)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그룹의 주력 부대에 해당한다면 이 회사에서 각각의 BU를 이끄는 부사장들은 현장 지휘관에 비유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에서 잔뼈가 굵은 ‘토박이’ 지휘관과 외부에서 영입된 지휘관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식품BU, 신선BU, 소재BU, 바이오BU의 수장(首長)은 CJ제일제당 출신이다.

식품BU 김주형 부사장은 1979년 입사해 200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CJ홈쇼핑에서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직장생활을 CJ제일제당에서 했다. 식품영업과 영업기획실을 거친 영업통이다.

신선BU 윤석춘 부사장은 1981년 입사 이후 육가공 및 냉장·냉동제품 관련 부서를 거친 이 분야 전문가다. 1999년부터 약 4년간 몸담았던 CJ모닝웰도 냉동제품 계열사다.

소재BU 이재호 부사장은 지난해 1년간 CJ프레시웨이에서 근무한 것을 빼고는 1983년 이후 줄곧 CJ제일제당에서만 근무했다. 경리, 자금, 재무팀을 거친 재무통이다. 1월부터 소재BU장을 맡아 영업과 관리부문으로도 활동영역을 넓혔다.

바이오BU 김경립 부사장은 김포공장과 부산2공장, 식품연구소 등을 두루 거쳐 현장에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요즘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료BU장인 박호인 부사장과 제약BU장인 손경오 부사장은 외부 영입 케이스다.

4월 영입된 박 부사장은 퓨리나, 카길 등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많다. 손 부사장은 유한양행 약품사업본부장과 유한메티카 대표이사를 거쳐 2005년 CJ제일제당으로 옮겼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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