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의 공연 뒤풀이] ‘공감백배’ 모녀일기, 효를 말하다

  • 입력 2008년 5월 30일 08시 10분


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언제일까?

아직 미혼이니 결혼식 날 신부는 아닌 거고, 나는 대학 졸업사진 찍을 때였던 것 같다. 지금 그 사진을 본 친구들은 ‘사기다! 다른 사람이다!’ 라고 하지만, 소위 화장빨이나 드라이빨이 아닌 생기가 넘치는 표정과 설레는 듯한 눈빛이 지금 봐도 참 예뻤던 것 같다.

그럼 우리 엄마의 가장 예뻤을 때는 언제였을까?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연극을 보면 갑자기 없던 효가 조금 생겨난다.

어줍잖은 “그 동안 너무 엄마한테 못했어. 반성해야 해!” 이런 류가 아닌 바로 엄마가 엄마 자체로 보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엄마를 모시고, 연극 ‘친정엄마’를 본적이 있다. 나는 당연히 엄마는 극중 엄마를 이입해서 보셨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수야…저 엄마 꼭 네 외할머니 같구나. 정말 똑같아” 하신다.

아… 그래 엄마도 할머니의 딸이구나.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엄마 (조민정), 딸 희윤 (이봉련), 그리고 어릴 때 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들이나 다름없는 상우 (오의식) 이렇게 세 가족의 이야기이다. 엄마는 34살 먹은 (이럴 수가 동갑이다) 막내딸 희윤이가 너무 걱정된다.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희윤이 위로 모두 결혼해 내보내고, 적적한 가운데 딸이 옆에 있는 게 좋다가도, 성우 오디션만 주구장창 보러 다니고, 고정 수입도 없는 딸을 보면 벌떡 벌떡 화가 치민다.

막말로 엄마도 한 결혼을 지는 왜 못하냔 말이다. 딸 희윤도 쌓여가는 부케를 보며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그렇다고 떠밀리 듯 하는 결혼은 땡기지도 않고, 또 지금 내 모습이 왠지 떳떳하지 못하다.

그래도 어떤가? 내게는 평생의 친구 상우가 있지 않은가? 어릴 때 사고로 부모를 잃고 3일 밤낮을 울던 상우. 희윤이 엄마가 ‘상우야 엄마야. 새엄마라 싱싱해서 좋지?’ 하며 살갑게 그를 안는다. 그렇게 가족이 되었고, 상우는 희윤이만 아는 평생 비밀을 가지고 있는데…

화려하진 않지만 정말 너무 아름다운 탱고신.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엄마가 아름답고 아름답다. 공연 중에 ‘아! 딱 내 얘기야’ ‘맞아 맞아’‘미치겠다’ 이런 공감의 탄성이 관객석에서 종종 튀어 나온다.

재밌는 것은 엄마 대사에서는 그러다가도, 딸의 대사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우리는 ‘엄마’에게 늘 빚을 가진 마음이다.

아마도 엄마 손을 잡고 다시 이 공연을 보게 될 것 같다. 화곡동 홍여사님! 대학로에서 데이트 한번 하시죠?

최 지 수

도토리 파는 회사에 다니며 도토리를 모두 공연 티켓으로 바꿔도 아깝지 않은 공연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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