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간 한 직장서 한우물…대한펄프 허원 대표

  • 입력 2008년 5월 29일 03시 00분


“3년 전부터 시설투자 확대 소비자들로부터 품질인정 받을 것”

“다른 사람처럼 목표를 갖고 일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36년 동안 한 회사에서 묵묵히 일해 온 대한펄프 허원(52·사진) 대표. 평사원으로 입사해 지난해 대표이사가 된 그는 “뭐가 되겠다는 생각은 사치스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가 대한펄프에 몸을 담은 것은 회사가 설립된 지 6년째인 1972년이었다. 산업용 포장재인 백판지 생산업체로 출발한 대한펄프는 경쟁업체에 비해 늦은 1985년 생활용품 사업에 진출했다.

1997년 ‘깨끗한 나라’라는 화장지 브랜드를 내놓았던 대한펄프는 당시 대규모 신규 설비 투자를 했다가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자금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일부 공장을 정리하고 인력도 1200명에서 500명으로 줄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허 대표는 “회사 초창기만 해도 제지사 가운데 가장 앞선 회사였는데 지금은 규모 면에서 경쟁업체들에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업체들이 대부분 외국계 회사와 합작을 했지만 대한펄프는 아직도 ‘토종’ 기업으로 남아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회사 내부 사정과 시장 상황 악화 등 이중고에 시달려온 대한펄프는 2004년 이후 처음 지난달에 월간 기준으로 흑자를 냈다.

허 대표는 “3년 전부터 매 분기 시설투자를 확대해 왔는데 그동안 원가 상승폭이 커 투자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으며 외형과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백판지는 공급 과잉 상태”라며 “수익성 있는 일본 미국 중동 등지로 수출 파트너를 다변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앞으로는 제품 고급화와 안전, 환경을 생각한 신제품 개발에도 주력할 것”이라며 “품질과 규모, 모든 면에서 가장 앞서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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