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드라마 ‘스포트라이트’는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 입력 2008년 5월 17일 07시 46분


MBC 수목드라마 '스포트라이트'가 기자들의 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방송기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신문사를 비리집단으로 묘사하고 신문기자들을 폄하하는 내용으로 변질되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신문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지진희와 손예진. 각각 GBS 방송사 보도국 사회부의 경찰팀장과 경찰기자로 등장하는 두 사람을 중심으로 언론사의 '꽃'으로 불리는 경찰기자 들의 생활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표준어를 무시하고 '캡'(경찰팀장), '마와리'(담당 구역을 돌아다니면서 취재하는 일) 등 기자들 사이에서 통하는 은어를 과감히 사용하고 있다.

기자들에게는 익숙한 용어들이지만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한 표현이어서 2회에서는 용어설명을 자막 처리하기도 했다.

손예진이 탈옥수를 인터뷰 하는 장면은 1990년대 탈옥수 신창원 사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갈등, 사랑, 폭력 등 영화나 드라마의 흥행요소는 이 드라마에도 어김없이 삽입됐다.

연기자들은 '캡'과 후배 기자의 러브스토리가 드라마 상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으나 실제 모 방송사에서 캡과 후배 여기자가 결혼한 선례가 있다.

GBS와 갈등을 빚는 대상이 정권이나 비리 집단이 아닌 같은 언론계의 '신문사'라는 점은 다소 우려되는 부분. 신문기자들은 "혹시 시청자들이 신문사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게 될까 우려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명성일보 경찰팀 기자들은 배신을 일삼고, 악의적으로 기사를 쓰는 집단으로 비쳐진다. 명성일보 시경 캡은 GBS 캡(지진희)의 심기를 계속 건드리고 명성일보 사주는 불법으로 지은 저택에서 골프를 즐긴다.

한 신문기자는 "소설과 같은 '허구'인 드라마의 특성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웃어넘기면서도 혹시 사람들이 신문기자들에게 '돌을 던질까봐'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악역을 맡은 연기자들이 토크쇼 등에서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도 주위 손님들로부터 욕을 들었다"는 경험담을 소개하기도 하는 게 국내의 현실.

또 다른 신문기자는 "기자들이 마치 사회 특권층처럼 오해를 받고 있으나 사실 보도를 위해 휴가와 취침시간도 반납하고 온갖 굴욕을 견디는 기자들의 삶이 이 드라마를 통해 사실적으로 알려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그러나 이 드라마가 자칫 사실을 교묘하게 비꼬아 신문사를 일방적으로 때리는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수준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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