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40대 고혈압 많은데 10명중 7명이 “난 몰랐다”

  • 입력 2008년 5월 17일 02시 58분


“설마 이 나이에…” 관리 소홀

환자 치료율도 21.7 %에 불과

30~40대에 조기 발병할수록

치명적 합병증 불러올 가능성

최근 회사원 장교성(가명·35·경기 성남시) 씨는 건강검진을 받고 깜짝 놀랐다. 평소 건강에 자신이 있었는데 뜻밖에 고혈압이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 씨는 “최근 몸무게가 8kg 늘어난 것 말고는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며 “30대 중반에 고혈압이 생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장 씨는 잦은 회식과 음주, 불규칙한 식습관을 갖고 있었다.

장 씨처럼 우리나라 30, 40대 고혈압 환자 10명 중 7명이 자신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연령대 고혈압 환자 10명 중 2명 정도만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분석 결과 30, 40대 고혈압 환자의 인지율은 30.4%이며 치료율은 21.7%에 불과하다고 16일 밝혔다.

30세 이상 인구의 고혈압 유병률은 27.9%였으며 이 중 30, 40대의 유병률은 14.1%로 전체 고혈압 환자의 24.5%를 차지했다.

연령대별 고혈압 인지율을 보면 60대가 71.2%로 가장 높았고 70대(67.9%), 50대(63.2%), 40대(37.0%), 30대(16.1%) 순이었다. 치료율은 60, 70대가 동일하게 64.3%로 가장 높았고 이어 50대(54.3%), 40대(27.7%), 30대(9.1%) 순이었다.

김영택 질병관리본부 만성병조사팀장은 “인지율이 현저하게 낮은 30, 40대는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다”며 “30, 40대 고혈압 환자는 다른 연령군보다 질병치료에 소홀해 향후 국가적으로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질병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이달부터 매월 7일을 ‘내 혈압·혈당 알기의 날’로 선포하고 30, 40대의 고혈압 인지율을 높이기 위한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교육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혈압이 무서운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뚜렷한 증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개 30대 이후에 시작되지만 자신이 고혈압인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고혈압은 제때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뇌중풍, 심부전, 콩팥 기능 이상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30, 40대에 발병한 환자일수록 합병증으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이 높다.

부모 모두에게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특히 고혈압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또 고혈압 환자가 담배를 피울 경우에는 동맥경화 질환에 걸릴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진다.

치료법은 식이요법, 운동, 약물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자신이 먹는 음식의 염분 함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고 주기적으로 혈압을 재는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성지동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표준 체중을 유지하고, 금주 금연 원칙을 지키며, 적절한 운동을 하면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며 “가공식품과 인스턴트식품을 덜 먹고 채소류, 해조류, 과일을 즐겨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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