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MBA]그들은 ‘황금인맥’을 캤다

  • 입력 2008년 5월 14일 02시 58분


《경영전문대학원(MBA) 재학생을 바라보는 눈길은 일반 대학원생을 향한 시선과는 조금 다르다.

학부를 졸업한 뒤 곧바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와 달리 대부분 직장을 다니다가 새로운 꿈을 위해 과감히 인생 항로를 바꾸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력서를 새롭게 쓰고 있는 MBA 재학생과 졸업생 3인을 소개한다. 이들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만큼 학구열도 남달랐다. 이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공부가 너무 재미있다”는 ‘믿기 어려운 말’을 쏟아냈다.》

‘제2의 삶’의 나침반 한국형 MBA를 택한 3인

○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지난해 KAIST 테크노MBA에 입학해 3학기에 재학 중인 이호찬(32) 씨.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공대 출신의 한계를 느껴 MBA를 선택했고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3년간 다니던 ‘오토에버시스템즈’에서 퇴사했다.

“대기업 관련 업무를 하다 보니 회사의 전반적인 돈의 흐름과 구조를 보는 눈이 절실하게 필요했습니다. 나중에 관리자가 되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 능력이나 지식이 부족함을 절감했죠.”

1학년이던 지난해에는 수면 부족에 시달릴 만큼 학습량이 많았다.

이 씨는 매일 오전 8시경 일어나 하루 종일 수업을 듣고 저녁을 먹은 뒤 또 공부에 매달렸다. 소그룹 단위의 과제에 매달리다 보면 오후 10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그때부터 또 개인 과제를 시작해 오전 3시경에 잠자리에 들곤 했다. 2학년인 지금은 일반 강의 외에도 외부 명사 특강이나 기업 설명회 일정이 추가됐다.

그는 수시로 치르는 시험도 많아 언제나 시간과 잠에 쫓기지만 새로운 도전이 주는 행복의 크기가 작지 않다고 말했다.

이 씨는 “얼마 전 지휘자 금난새 씨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에 대한 특강을 했는데 이런 것들이 생각의 차원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며 “요즘은 기업 설명회를 통해 채용 정보도 얻고 여름방학 인턴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 분명한 목표를 세워라

한양대 MBA 야간 과정의 마지막 학기에 재학 중인 황영하(38) 씨 역시 학부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다. 졸업 이후 SK케미칼을 거쳐 GE플라스틱코리아로 옮겨 현재 ‘주경야독’을 하고 있다.

그는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적성이 마케팅이나 상거래 쪽에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나중에 CEO가 되려면 공대 지식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경영 마인드를 쌓기로 했다”고 진학 동기를 밝혔다.

그가 한양대를 선택한 이유는 토요일에도 강의가 있어 근무와 학업을 병행하기에 쉬웠기 때문이다. 수요일 저녁에 한 과목을 듣고 토요일에는 3과목 강의를 소화한다.

“수업 중에 마케팅 관리나 전략 등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것이 많습니다. 경영전략이나 기법들을 체계적으로 정립할 수 있으니 학업과 업무에 다 도움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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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야간 과정은 대부분 직장인들이 다니기 때문에 회사에서 이슈가 됐던 부분들을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교수들이 생생한 케이스에 대해 적절한 답을 주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 특히 마지막 학기 필수 과목으로 자신이 직접 일을 하며 겪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과제물을 내야 하는 ‘필드 스터디’ 과정이 있다. 그는 MBA 진학 희망자들에게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MBA는 복합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단순히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본인의 장기적인 커리어플랜을 세워 분명한 목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MBA에 도전하려는 이들 중 학부에서 경영과 거리가 먼 학문을 전공한 이들이 갖는 막연한 두려움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말했다.

“지원자들을 보면 경영 전공자도 있지만 대부분 다른 전공자가 많습니다. 회사 생활에서 필요를 느껴 진학하다 보니 공부 자체가 재밌습니다.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데다 본인이 능동적으로 책을 파고 공부를 하니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 사람도 잡아라

고려대 금융MBA 1기 과정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현대증권 대리로 입사한 이재민(33) 씨는 “처음엔 두려웠지만 지금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4년 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재무, 회계업무를 하다 체계적인 금융 지식의 필요성을 절감해 MBA진학을 결심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에 뛰어든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외국에서 MBA를 마치고 와도 예전처럼 인정받지 못한다는 소문도 있었기 때문에 졸업 이후 진로에 대한 의문도 있었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에 금융 지식에 대한 절실함이 오늘의 저를 만들었죠.”

그는 처음엔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거나 현장에서 금융 전문가로 일했던 동기들이 수업 내용을 척척 알아듣는 반면 자신은 기초 지식이 없어 애를 먹었다고 했다. 하지만 강의가 끝난 뒤 내용을 잘 아는 학생들이 멘터를 자처해 수업 내용을 다시 설명해준 덕분에 금세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주말에도 늘 학교에서 조원들과 과제를 처리했다.

이 씨는 MBA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냉철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MBA에 와서 모든 지식을 가져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 MBA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은 직장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MBA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나가려는 방향을 빨리 파악해 능력을 쌓는 동시에 인적 네트워크를 잘 가꿔 나가는 겁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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