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미묘한 인간의 주관적 행위, Q방법론을 쓰면 설명이 됩니다”

  • 입력 2008년 5월 12일 03시 01분


“기존의 통계적 방법론으로는 인간 행위의 이유가 되는 주관성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주관성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관심을 갖게 됐고, Q방법론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김흥규(사진)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교수가 Q방법론의 태동부터 적용 사례까지 종합적으로 소개한 ‘Q방법론’(커뮤니케이션북스)을 최근 출간했다.

그는 11일 “지난 25년 동안 국제학술대회 등을 통해 Q방법론이 세계에 확산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마케팅, 정치학, 아동심리학, 간호학, 행정학, 저널리즘 등 다양한 분야에서 Q방법론을 적용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객관적, 경험적 측면을 중요시하는 학계 풍토에서 인간의 주관적 측면을 평가 대상으로 삼는 Q방법론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도 생소하다.

김 교수는 “기존의 통계적 방법론은 가설연역적 방법으로 가설을 검증하는 데 그치는 반면 Q방법론은 인간의 주관적 특성에서 가설을 발견해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예로 들었다.

“A브랜드의 운동화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다고 칩시다. 기존 가설연역적 방법은 100명 또는 1000명을 대상으로 나이, 거주 지역, 수입 등을 따집니다. 그 결과를 놓고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서울 어느 지역에 사는 10대’라는 식으로 결론을 내립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냥 일반화하는 것에 불과하죠.”

Q방법론은 이와 달리 A브랜드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이미지, 그 이미지를 소비하는 이유, 구매를 통해 얻는 만족 등을 심층분석기법인 ‘Q팩트분석’으로 따진다. 조사 대상은 1명일 수도, 여러 명일 수도 있다.

김 교수는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본 뒤 중력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프로이트가 특정 환자 한 명을 놓고 인간 정신의 한 양상을 따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미국 미주리주립대 유학 시절 Q방법론을 만든 윌리엄 스티븐슨 교수를 만나 Q방법론 연구에 발을 들여놓았다. Q는 특정 단어의 머리글자가 아니라 스티븐슨 교수가 붙인 이름이다.

김 교수가 1996년 설립한 한국주관성연구학회에는 현재 마케팅, 정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 3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김 교수는 “인문사회학이나 과학이 새로운 방법론을 외면함으로써 지적 연구는 화석화돼버렸다”면서 “그동안 Q방법론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생긴 오해를 불식하고 Q방법론의 본질과 유용성을 알리기 위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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