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시력 1.0’ 지키기]<1>초등생 일과로 본 ‘나쁜 습관’

  • 입력 2008년 5월 1일 02시 57분


엎드리거나 누워서 TV보다가 ‘짝눈’ 되기도

과도한 학습량→스트레스→잦은 눈비비기

멀쩡했던 시력, 1년새 급격하게 떨어뜨려

자녀 시력 나빠지는 건 상당부분 부모 책임

생활태도-공부자세만 고쳐줘도 ‘튼튼한 눈’

《아이들의 눈에 비상이 걸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시력이 불과 1년 사이에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력을 망치는 ‘유해 환경’은 주변에 널려 있다. 부모들은 TV와 컴퓨터 게임을 시력 저하의 주범으로 지목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시력이 어떤 위협을 받고 있는지 두 초등학생의 하루 일과를 통해 찾아본다.》

초등학교 5학년 송지철(가명·11·서울 양천구 목동) 군은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 게임을 좋아했다.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1시간은 기본이다. 그러다가 2학년 때부터 눈이 침침해졌다. 시력검사 결과 양쪽 눈 모두 0.8로 나왔다.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송 군의 부모는 컴퓨터 게임 때문에 시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게임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시력은 계속 떨어져서 지금은 왼쪽 눈 0.4, 오른쪽 눈 0.6이다. 컴퓨터 사용 시간을 제한했는데도 시력이 떨어진 이유가 무엇일까. 송 군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송 군은 오전 8시 20분부터 오후 2시 반까지 학교에서 공부한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때는 잔뜩 긴장이 된다. 송 군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비빈다. 꾸중을 듣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눈을 비빈다. 눈을 자주 비비면 시력은 떨어진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누워서 학습만화를 본다. 이 또한 시력 저하의 원인이다.

누워서 책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책과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필기할 때에도 머리가 공책에 닿을 정도로 숙인다. 상당수 아이는 인터넷을 할 때 허리를 쭉 편 자세가 아니라 컴퓨터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모니터에 눈을 바짝 들이민다.

이런 행동은 모두 시력을 떨어뜨린다. 임현택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책, 만화, 컴퓨터, TV 등을 가까이에서 본다고 당장 시력이 떨어지지는 않지만 안구의 조절 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시력 저하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안과학계에서는 시력이 0.6 이하일 경우 교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2004∼2007년 초등학생 건강검진 기록을 분석한 결과 시력 교정이 필요한 학생의 비율은 2004년 18.4%, 2005년 19.4%, 2006년 20.6%, 2007년 20.7%로 증가 추세다. 전문가들은 TV 및 인터넷 사용 시간과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력 교정 대상 학생의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초등 5학년인 오지수(12·서울 송파구 방이동) 양은 2년 전 가을부터 두통이 심했다. 병원에서 뇌파 검사도 받았지만 별 이상이 없었다. 통증은 눈까지 내려왔다.

1.5와 2.0이었던 시력이 갑자기 1.2와 0.7로 떨어졌다. 오 양은 하루 20∼30분 컴퓨터를 사용한다. 책도 반드시 30∼40cm 간격을 두고 읽는다. 편식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시력이 떨어진 것일까.

문제는 오 양의 TV 시청 자세다. 오 양은 거실 바닥에 엎드려 TV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바로 이 때문에 시력이 나빠진 것이다.

오세열 삼성서울병원 소아안과 교수는 “엎드리거나 누워서 TV를 보면 아래쪽 눈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위쪽 눈만 사용하게 돼 편두통이 나타나고 시력도 떨어지기 쉽다”면서 “양쪽의 시력 차가 큰 ‘짝눈’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 공부방에 있는 스탠드의 밝기와 위치도 눈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상당수 아이들은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스탠드 높이를 머리 높이와 비슷한 정도로 낮춰 놓는다. 강력한 빛이 책의 한곳에 집중되면 반사광이 생겨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임현택 교수는 “조명이 어두워 그림자가 지는 것도 눈에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조명이 너무 밝아 불빛이 반사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시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오 양은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송 군과 마찬가지로 머리를 쭉 빼는 경향이 있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책을 보는 것도 고쳐야 할 습관이다.

송 군과 오 양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고, 집에 돌아온 후에도 숙제와 학습지 공부를 하느라 바쁘다. 밤 11시가 돼야 잠자리에 든다. 과도한 학습량과 공부에 대한 부담은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이 스트레스야말로 눈의 건강을 해치는 최대의 적이라는 것이 안과 의사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충분한 관심을 쏟는다면 자녀의 시력 저하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부모가 신경 써서 생활습관과 공부 자세를 고쳐주면 자녀가 맑고 건강한 눈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책을 더 많이 읽고, 열심히 공부하는 데 관심을 갖지만 시력을 저해하는 요소를 없애려는 노력은 소홀히 한다. 자녀의 눈이 나빠지는 것은 상당 부분 부모 책임이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시력 5敵’ 퇴치법

《부모가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자녀가 시력이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설령 막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시력이 나빠지는 속도를 최대한 늦출 수는 있다. 대한안과학회가 아이 시력 저하의 원인으로 지적한 ‘시력 5적(敵)’을 퇴치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제1적 게임-시간을 줄여라

아이들은 게임을 할 때 가장 많이 시선을 집중한다. 이 경우 눈 깜빡임이 줄어들어 눈물이 적게 나오면서 눈이 건조해진다. 눈이 쉽게 피로를 느끼고 장기적으로 시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 휴대전화게임 등 요즘 아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휴대 게임기는 손바닥만 한 화면에 시선을 집중하기 때문에 더 눈이 건조해지기 쉽다.

게다가 이동하면서 게임에 몰두하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화면이 흔들리면 눈이 초점을 맞추기 위해 눈의 근육을 계속 수축하게 되고 동공이 축소된다. 이 경우 근시로 발전할 수 있다.

제2적 TV-코드를 뽑아라

2006년 한국사회조사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2시간 44분이다. 주말과 휴일에는 더 늘어나 3시간 32분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조사에서는 주말에 3시간 이상 TV를 시청하는 청소년이 전체의 27%, 4시간 이상은 13%로 나타났다. 심지어 5시간 이상 시청하는 학생도 14%나 됐다.

TV를 보면 브라운관에서 나오는 강한 X선, 방사선, 감마선이 눈에 직접적으로 방사되어 시력 감퇴를 불러오기 쉽고 눈동자의 운동능력이 둔화된다. 컴퓨터 모니터도 별반 다르지 않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안구건조증이 생기고 눈동자 운동능력이 줄어들면서 시력이 나빠진다.

제3적 조명-적절한 밝기로

일반적으로 눈 건강에 적절한 밝기는 300∼500럭스다. 그러나 책을 집중해서 읽을 경우엔 조명이 600∼1000럭스는 돼야 한다. 이 정도의 밝기가 되려면 천장의 조명과 책상 위 스탠드를 모두 켜야 한다.

그러나 스탠드를 켜는 습관이 없거나 스탠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싫어 어두운 조명에서 책을 보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반대로 너무 빛을 밝게 해 눈을 피로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또 잘 때는 불을 끄고 자야 근시가 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새끼 동물의 눈을 가려 잠자는 것처럼 조작하고, 밝은 곳에 두었을 때와 어두운 곳에 두었을 때 근시 발생 가능성을 조사했더니 밝은 곳에서 근시 발생이 심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제4적 편식-골고루 먹여라

현미, 해조류, 육류의 간, 장어, 녹색 야채는 눈 건강에 좋은 비타민A 등이 많이 들어 있지만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이다.

반면 사탕, 케이크, 아이스크림, 콜라 등은 아이들이 즐기는 간식이다. 이들 음식에는 미네랄과 비타민이 거의 들어 있지 않다. 당연히 눈에 해롭다.

아이의 식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시력은 반드시 떨어진다.

평소에 비타민A가 부족하면 시력이 나빠지고 야맹증도 생길 수 있다. 당근, 호박, 버터, 우유, 콩, 달걀노른자 등에는 비타민A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제5적 방심-정기적 검진을

아이들은 결막염 등 눈병에 걸렸을 때나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서울의 한 안과전문병원 조사 결과 유치원생 10명 중 4명의 시력이 0.7 미만으로 안과 검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칠판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고 안과를 찾으면 이미 때는 늦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은 시력 보호에 필수 요소다. 6개월마다 안과를 찾아 검진을 받고, 근시가 있는 아이라면 3개월마다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성장기에는 근시의 진행 속도도 빠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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