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제 금융전문가 키워야 ‘허브’ 도약

  • 입력 2008년 5월 1일 02시 56분


론 핸슨 美 로체스터大 경영대학원 수석부원장 인터뷰

“최근 한국에선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하자는 주장이 많이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이를 위해선 국제적인 수준의 금융 전문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미국 로체스터대 사이먼 경영대학원(사이먼스쿨)의 론 핸슨 수석부원장은 우수한 금융 인력이 확보돼야만 금융허브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이먼스쿨은 2008년 파이낸셜타임스와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 경영대학원(MBA) 금융학 평가에서 각각 3위와 13위에 오른 금융학 명문.

핸슨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한국에 가장 적합한 금융 전문인력 양성 방법은 한국 대학들이 관련 노하우가 축적된 외국 대학들과 긴밀히 교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먼스쿨은 KAIST 금융전문대학원과 지난해 12월부터 공동 학위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사이먼스쿨에 온 KAIST 학생들은 국제적으로 저명한 금융학 석학들에게 강의를 듣고 월스트리트, 홍콩, 런던 등에 진출하는 학생들과도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며 “다른 한국 대학들도 금융학 분야에서 이런 식의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면 한국이 단기간에 국제적인 수준의 금융 전문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명 외국 대학과의 공동 학위제 운영 같은 긴밀한 관계를 맺으려면 한국 대학들이 국제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지녔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동 학위제를 운영하기로 합의하기 전 여러 경로를 통해 KAIST의 높은 학생 수준과 교수들의 경쟁력을 확인했다”며 “국제적으로 덜 알려진 한국 대학이 외국의 유명 대학들과 대등한 협력관계를 맺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핸슨 부원장은 “공동 학위제를 이수하기 위해 사이먼스쿨에 온 15명의 KAIST 학생 중 5명이 지난 학기에 성적 우수 학생으로 선정됐다”며 “특히 이 학생들이 KAIST에서 높은 수준의 수학과 통계를 활용한 금융학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대학들은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학생, 교수진, 교육과정을 갖췄다는 것을 외국 대학들에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며 “KAIST의 경우 사이먼스쿨 교수들을 초빙해 우리가 몰랐던 성과를 알려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KAIST를 비롯해 한국 대학들이 최근 교수들의 연구력 강화를 위해 개혁에 나서는 것도 외국의 유명 대학들에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학가에 불고 있는 MBA 육성 바람과 관련해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한국에는 삼성 LG 현대 등 글로벌 기업이 여럿 있고 이들이 MBA 졸업생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할 수 있다”며 “경영학 연구나 졸업생 진로 등에서 한국은 좋은 조건을 갖춘 나라”라고 말했다.

한편 핸슨 부원장은 한국의 금융허브 전략과 관련해 중국을 테마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단기간에 홍콩과 같은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로 성장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중국과 가까우면서 중국보다 사회와 경제가 안정돼 있다는 이미지를 살려 중국 시장에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허브로 도약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로체스터=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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