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치아,뽑아서 다시 심는다

  • 입력 2008년 4월 14일 02시 59분


치과 의사가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소독제를 주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세브란스병원
치과 의사가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소독제를 주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세브란스병원
일부의사들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

요새 치의계에는 “발치(이뽑기) 권하는 사회”라는 농담이 있다.

치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뽑아버리고 ‘임플란트(인공보철물)’를 심으라고 권하는 치과병원이 많기 때문이다.

임플란트는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고 자연치아와 유사해 이물감이 적은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인공보철물이 아무리 우수해도 자연 치아만 못하다. 자연치아는 자기 고유의 세포와 조직을 가지고 있어 음식의 차고 뜨거움이나 딱딱함 등을 감지할 수 있다.

최근 “무턱대고 임플란트부터 찾기보다는 자연치아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알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는 치과의사들이 늘고 있다. 2006년 ‘임플란트보다는 자연치아’라는 슬로건을 내건 치과의사 모임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본부’가 발족했다.

이승종(세브란스 치과병원 보존과 교수) 운동본부 이사는 “최근 신경치료 기술의 성공률은 98%에 가깝다”면서 “처음부터 인공보철물을 시도하기보다 가급적 자연치아를 살리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많은 이 한꺼번에 뽑으면 위험

염증의 원인이 치아가 아닌 잇몸에 있을 때는 자연치아를 살리기 힘들다. 풍치로도 불리는 잇몸병은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치조골이 녹아 치아가 흔들리는 증상이다. 치아를 잡아주는 뼈인 치조골이 소실되면 치아를 살릴 수 없어 결국 치조골에 인공뼈를 이식한 후 인공보철물을 박아 넣어야 한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자연치아를 보존하는 것이 낫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회사원 김형철(46) 씨는 1년 이상 이가 아파 고생하고 있다. 그는 통증을 참다못해 치과를 찾아 “아픈 치아를 모두 뽑고 임플란트로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의사는 “너무 많은 이를 한꺼번에 뽑으면 위험하니 신경치료를 해보고 계속 아프다면 ‘치아재식술’을 하자”고 권유했다.

치아재식술은 문제가 있는 치아를 뽑아 치근(이뿌리)을 손본 후 다시 심는 시술이다. 세균에 감염된 치수(치아 내부에 있는 부드러운 조직)를 깨끗하게 제거해서 무균상태로 만든 후 원래 있던 자리에 다시 넣는다. 치수를 빼내고 빈 공간은 ‘구타페르카’라는 치과재료로 채워주면 부작용이 없다.

○ 이를 묶어주고, 나눠주고

흔들흔들 쓰러져가는 치아들도 서로 묶어주면 더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정모(54) 씨는 어느 치과에서 “남은 치아를 모두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정 씨의 치아는 발치와 보존의 경계 상태에 있었다.

또 다른 치과에선 임플란트보다는 잇몸수술로 상태를 호전시킨 뒤 남은 치아를 보철물로 연결하는 ‘치아 간 고정술’을 권했다.

그는 3개월에 걸쳐 잇몸수술을 받은 후 남아 있던 14개의 치아를 하나의 보철물로 연결했다. 시술 후 5년이 지났지만 별 문제가 없다.

여러 개의 이를 하나로 묶어주는 시술과 정반대로 하나의 치아를 독립적인 두 개의 치아로 나누는 ‘치근분리술’도 있다. 치근 사이에 있는 잇몸에 염증이 생기면 치료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치아를 2개로 나눈 뒤 노출된 염증 부위를 치료하는 것이다.

이외에 ‘치근절제술’은 어금니에 나 있는 3개의 치근 중 염증이 심한 치근만 잘라내고 건강한 다른 치근을 보존해 결과적으로 자기 치아를 살리는 치료법이다.

한원섭(런던치과 원장) 운동본부 이사는 “큰 어금니에는 치근이 3개 있기 때문에 하나는 잘라내도 된다”고 설명했다.

임플란트 시술은 치아 하나에 200만∼400만 원이 든다. 반면 자연치아를 살린 경우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신경치료는 어금니 하나에 2만5000∼3만 원, 치아 보호를 위한 크라우닝에 35만∼60만 원 등 개당 평균 50만 원이면 된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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