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sure]호젓한 벚꽃길 따로 있었네

  • 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봄이다. 어딜 가나 피어 있는 샛노란 개나리, 탐스러운 목련, 화사한 벚꽃을 보고 있으면 꽃무더기 속에 푹 잠겨 보고 싶다. 하지만 꽃놀이에 나섰다가 막히는 길에서 2∼3시간 보내고, 주차할 곳이 없어 헤매다 겨우 주차하고 나면 너무 북적대 사람 뒤통수만 보다 온 경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가기에 너무 멀지 않고 유명하지도 않지만 아는 사람들에겐 ‘명승지’인 서울 인근 꽃길을 찾아 나섰다.

○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 좋은 곳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나서려면 일정 시간 아이들을 ‘풀어 놓고’ 놀 수 있는 곳이 좋다. 아무리 좋은 풍광이라도 차를 타고 지나면서 보는 것은 아이들에게 ‘놀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1∼2주 지나서 꽃을 즐기기 딱 좋은 곳은 서울 남산의 야생화공원이다.

진달래, 불두화 등 나무 6500여 그루와 금낭화, 범부채, 은방울꽃, 도라지, 일월비비추, 패랭이꽃, 할미꽃, 우산나물, 수선화 등 이름도 낯선 야생화 8400여 종이 9877m²(약 3000평) 면적에 심어져 있다. 연못, 습지 생태원, 발 마사지 산책길 등도 있다.

찾아가는 길은 쉽다. 그랜드하얏트호텔 정문에서 연결돼 있는 구름다리를 건너면 된다.

남산 순환도로를 따라 벚꽃을 구경하며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도 야생화공원이 인근에 있는지는 잘 모른다. 이곳이 ‘달리는’ 도로이지 차를 멈추고 구경하는 곳이라고 별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산 순환도로에서 차를 대려면 음식점을 이용하거나 공용주차장에 비싼 주차요금을 내야 한다는 생각만 갖고 있다면 하얏트호텔을 찾아보자. 호텔 델리에서 1320원짜리 미니 바게트 빵을 하나만 사도 2시간 주차를 할 수 있다. 호텔 주차장에도 왕벚꽃나무가 흐드러져 보기 좋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402번이나 0014번 버스를 타고 하얏트호텔 앞에서 내리면 된다. 호텔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도 좋다. 이태원역 해밀톤호텔 앞,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탑승할 수 있고 1시간에 한 번 운행된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도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좋다. 무료 주차가 되는 데다 호텔이 위치한 아차산은 남산에 버금가는 서울시내 유명 벚꽃길이다. 워커힐호텔에 주차해 놓고 아차산 생태공원에서부터 워커힐 입구까지 1.5km 정도 되는 산책길을 천천히 걸으면 운치 있다. 어린이도 산을 탄다는 느낌이 아니라 산책한다는 기분이 들도록 곳곳에 낮은 계단이 설치돼 있으며 공간이 탁 트여 있어 시원하다. 사적 234호로 지정된 아차산성도 볼거리다.

워커힐호텔 안에는 벚나무에 전등을 매달아 밤에도 벚꽃을 구경할 수 있게 해놓았다. 그 길을 따라 사진 전시회, 야외 음악회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벚꽃 축제에 참가해도 된다. 야외 카페테리아에서 운영하는 음식값이 2만∼2만5000원으로 비싸서 그렇지 축제에만 참가한다면 공짜다. 호텔에서 벚꽃이 장관인 코스는 ‘다글라스 하우스’에서 ‘제이드가든’ 방향의 내리막길이다.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다글라스 하우스까지 갔다가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 된다.

5호선 광나루역, 2호선 강변역에서 10분마다 호텔행 셔틀버스가 다닌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 데이트용 드라이브 코스로 좋은 곳

연인과 꽃길 드라이브를 즐기려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길이 막히지 않아야 하고 운치가 있어야 한다. 이런 곳으로 덜 알려진 곳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1번 국도다. 북으로는 북한 신의주, 남으로는 전남 목포까지 이어진 길로 벚꽃이 아름다운 곳은 임진각에서 문산 파주까지 연결되는 구간이다. 임진각에서 자유로를 벗어나 뒷길로 들어서 파주, 서울 방향 표지판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다. 북쪽이라 아직 벚꽃이 만개하지 않아 늦봄 데이트 코스로 좋다. 꽃길 구간이 차로 10분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도로 중간 농지 옆 공터에 차를 세워 놓고 감상하면 좋다.

342번 지방도로는 꽃길이 30분간 이어지는 전형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서울에서 가면 길 오른쪽으로 팔당호를 끼고 돌게 돼 있다. 호젓한 시골의 정취와 호수에 어우러진 벚꽃의 운치 덕분에 연인들에게는 잘 알려진 길이다.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아 1∼2주가량 기다려야 한다. 중부고속도로를 타다 경안 나들목에서 빠진다. 퇴촌, 천진암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계속 가다 보면 ‘천주교 발상지 천진암 성지’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이곳에서 좌회전하면 342번 지방도로와 만난다. 수청리, 분원리 등을 통과하게 되는데 분원리는 붕어찜이 유명하다. 이곳만 보기 아쉬우면 30분 거리에 있는 경기 양평군 개군면 산수유마을을 찾아가도 좋다. 37번 국도를 타고 가다 개군중학교를 찾으면 쉽게 나온다. 한적한 농가에 트랙터를 탄 농민을 만나기도 한다.

○ 동네 명승지

서울 시내 곳곳에도 벚꽃이 필 무렵 동네잔치를 벌이는 벚꽃 명승지가 있다.

마포구 당인동 서울화력발전소는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발전소를 매년 벚꽃축제 기간에 개방한다. 올해는 10∼13일이 축제 기간이다. 주차시설도 웬만하게 갖춰 놓았다. 200m 남짓한 발전소 내부 도로 옆에 150그루의 벚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행사 기간에는 어린이 그림 그리기, 민속놀이, 가수왕 선발대회 등을 연다. 발전소 진입로의 토정 길에도 1km 남짓 벚꽃이 화려하게 핀다.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을 위한 견학(10명 이상)을 신청하면 벚꽃길과 함께 화력발전소 시설을 볼 수 있다. 02-320-2114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 단지도 인근 주민들에게는 벚꽃길로 유명하다. 12일까지는 청사초롱 300개를 벚꽃 사이에 걸어 놓고 밤에도 환한 불을 켠다. 500m 정도 되는 길에 45년 된 벚나무가 260그루나 있어 풍성한 꽃무더기를 자랑한다. 점심시간에 가보면 산책하는 인근 직장인들로 붐빈다. 햇볕 쨍한 한낮에 ‘넥타이부대’가 삼삼오오 산책하는 풍경이 독특하다.

우리은행 방배본동 최성택 부지점장은 “점심 먹고 이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산책하는 인근 직장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차를 딱히 통제하진 않지만 댈 곳이 마땅치 않은 게 흠이다. 양재역, 교대역, 고속터미널역을 통과하는 21번 마을버스가 아파트 안까지 들어온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뒷길과 양재천 길도 벚꽃이 아름다운 곳으로 지역 주민에게 인기가 좋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 영상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글=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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