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암 전이 지도’ 나왔다

  • 입력 2008년 4월 3일 03시 01분


암 옮겨간 부위 폐 - 뼈 - 간 順

위암→복막, 전립샘암→뼈 “조심”

조성자(68·여) 씨는 4년 전 유방암 2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다. 수술 후에도 방사선과 호르몬 치료를 계속 받으면서 상태가 호전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3개월 전 갑자기 허리와 오른쪽 팔에 통증이 왔다. 조 씨는 암 치료를 하느라 운동량이 부족해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계속 침을 맞아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다시 병원을 찾았고, 그제야 암 세포가 뼈로 전이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현재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조 씨는 “뼈로 전이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암의 전이는 암 환자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그러나 어느 암이 잘 전이되는지, 어느 부위로 잘 전이되는지 환자가 참고할 만한 자료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조 씨처럼 전이가 된 뒤에 뒤늦게 탄식하는 암 환자들이 적지 않다.

본보와 삼성서울병원은 1995∼2007년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위암, 간암, 폐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대장암, 전립샘암 등 국내에서 발생빈도가 높은 7대 암 환자 8만7122명을 분석해 암이 어떤 장기와 조직으로 전이되는지를 보여 주는 ‘암 전이지도’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분석 결과 위암은 가까운 복막으로, 전립샘암은 뼈로 많이 전이되는 등 암마다 일정한 ‘전이 유형’이 있고 특히 위암은 암세포가 가까운 기관일수록 잘 전이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암 환자의 24.2%인 2만1120명에게서 전이가 발생했다. 전체 전이건수는 총 3만1899건으로, 전이 환자 1인당 평균 1.5건의 전이가 발생했다.

7대 암 중 전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대장암(34.7%)이며 전이율이 가장 낮은 암은 전립샘암이었다.

암이 가장 잘 전이되는 기관은 폐(20.9%), 뼈(20.7%), 간(19.8%) 등의 순이었고 전립샘, 식도, 췌장 등의 부위는 암 세포가 잘 전이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암이 왜 전이되는지에 대해 의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지만 암의 전이지도를 알고 있으면 전이 증세가 나타났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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