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대안 교과서’에서 달라지는 인물 평가

  • 입력 2008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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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정주영 경제성장 주역”

백남준 조용필 박세리도 소개

《뉴라이트 계열 지식인들의 모임인 ‘교과서 포럼’(공동대표 박효종 이영훈 차상철)이 23일 펴낸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기파랑)가 출간과 동시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논쟁의 중심은 명성황후 이승만 김구 박정희 등 근현대사 주요 인물에 대한 해석에 있다. 이승만과 김구에 대한 평가가 현행 고교 검인정 근현대사 교과서(현행 교과서)와 크게 다르다. 현행 교과서에서 볼 수 없던 한국 기업가들도 소개했다. 대안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에 기초한 국민국가의 탄생과 발전에 무게를 두고 19세기 말 개항기에 대한 기술도 근대화에 방점을 뒀다. 이에 따라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평가가 ‘민족’ 개념을 중시한 현행 교과서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본보 3월 24일자 A12면 참조

▶ “5·16은 쿠데타이지만 근대화혁명 출발점”

○ 이병철 정주영, 한국 대표 기업가

대안교과서는 “1960년대 이후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이룩한 데에는 정부 역할이 컸지만 그에 못지않게 기업가 역할도 중요했다”며 “1960년대 고도성장이 개시될 무렵 우수한 능력의 기업가를 풍부히 보유했다”고 서술했다. 대표적 기업가로 삼성과 현대를 각각 창업한 이병철과 정주영을 꼽았다.

이병철에 대해서는 “1978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삼성반도체를 설립함으로써 오늘날 한국의 전자산업과 반도체산업을 개척”한 인물로, 정주영은 “저돌적 경영의 수많은 일화가 고도성장기 한국인의 개척 정신을 상징적으로 대표했다”고 평가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비디오 예술을 창시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고 설명했으며 지휘자 정명훈, 성악가 조수미는 세계 정상급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가수 이미자 조용필의 사진도 실었다. 스포츠 분야에서 골프선수 박세리와 최경주 등 세계적인 선수가 배출됐다는 점도 기술했다.

○ 이승만과 김구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대안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 반공주의, 반일정책, 북진통일, 철저한 반공을 추구한 인물”이라며 “공산주의를 기피하는 국내외 여러 정치 세력으로부터 헌신적이며 일관된 지지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공산주의 국제세력의 공세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하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기틀을 잡는 데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커다란 공훈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김구에 대한 평가에는 인색했다. 김구와 김규식이 1948년 4월 단독 선거를 막고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교섭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서술했다. 교섭 실패 이후에는 “대한민국의 건국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현행 교과서 중 하나인 금성출판사의 교과서(금성교과서)는 “이승만은 제1차 미소 공동위원회가 중단되자 곧바로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을 주장해 분단 고착화를 가져왔다”고 평가 절하한 반면 통일정부 수립에 앞장 선 김구의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 금성교과서는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에 대해 이승만은 찬성한 반면 김구 김규식 등 민족주의자들과 중도적 입장을 취하던 정치 세력들은 북한과 협상을 통해 남북 분단을 막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 고종과 명성황후

고종과 대한제국에 대한 대안교과서의 평가는 인색하다. 역사학계에서는 고종의 광무개혁이 외세의 침략 시도에 맞선 자주적 근대화 운동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대안교과서는 “1897년 반포한 국제에서 전제국가임을 밝히고 국민의 정치 참여를 부정했다”며 “고종에게 강한 개혁 의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최근 명성황후를 일제에 맞서 독립을 추구했던 인물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대안교과서는 명성황후를 청의 힘에 의지하려는 수구적 인물로 묘사했고 호칭도 ‘민왕후’로 격하했다. 대안교과서는 윤치호의 표현을 빌려 “지독한 이기주의가 그에 마땅한 파멸을 몰고 왔다”고 기술했다.

○ 김옥균

대안교과서는 갑신정변의 주역인 김옥균 등 급진 개화파를 두고 근대화를 추구했던 선각자로 재평가했다. 김옥균이 근대화의 성취를 위해 “청으로부터의 독립을 갈망하면서 이를 위해 일본의 힘을 이용해 급하게 개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주목했다.

금성교과서는 “김옥균이 일본에 의존해 성급하게 행동한 탓에 외세의 조선 침략을 가속화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 박정희

대안교과서는 5·16을 쿠데타로 규정하면서도 “박정희의 등장은 근대화 과제를 강력히 추진할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정치집단이 부상하는 토양을 제공했다”고 서술했다. “비타협적 권위주의 통치가 한국 사회에 역사적으로 축적돼온 성장의 잠재력을 최대로 동원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눈에 띈다.

금성교과서는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유신으로 독재 체제를 구축한 것에 중점을 두었다.

○ 김일성

대안교과서는 김일성에 대해 “6·25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인명 피해와 국토의 극심한 파괴를 초래하고 전쟁을 자신의 권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김일성과 김정일 정권이 북한의 인권과 경제상황을 세계에서 가장 낙후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만들었다”고 서술했다. 반면 금성교과서는 전쟁을 일으키고, 1인 독재 체제를 구축한 점을 기술했으나 전쟁 이후 북한의 경제개발 노력, 주체사상 확립 등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해 소개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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