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카제 조선청년 魂 한달 후 고향가요”

  • 입력 2008년 3월 25일 03시 00분


친한파 여배우로 유명한 구로다 후쿠미 씨가 24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탁경현 씨 귀향기념비 건립을 추진해 온 경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친한파 여배우로 유명한 구로다 후쿠미 씨가 24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탁경현 씨 귀향기념비 건립을 추진해 온 경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탁경현 씨
탁경현 씨
日여배우 구로다 씨, 특공대원 탁경현씨 추모비 5월 사천시서 제막

“자랑스러운 한국 이름을 가지고도 일본인으로 죽어간 조선 청년의 영혼이 고향 땅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돼 한 없이 기쁩니다.”

일제강점기에 가미카제(神風) 자살특공대원으로 숨진 탁경현 씨의 위령비 건립을 추진해 온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黑田福美·52) 씨는 제막식을 한 달여 앞두고 24일 도쿄(東京)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구로다 씨는 5월 10일 탁 씨의 고향인 경남 사천시 서포면 외구리에 귀향 기념(祈念)비(위령비)를 제막할 예정이라면서 “도움을 준 사천시 등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관광 가이드북을 펴내는 등 예전부터 친한파로 유명했던 구로다 씨가 위령비 건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1년. 꿈속에서 한 조선 청년을 만난 것이 계기였다.

꿈에서 이 청년은 “전쟁에 나가 죽는 것에 후회는 없다. 하지만 조선인이 일본인의 이름으로 죽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구로다 씨는 이후 제보 등 몇 가지 계기를 통해 이 청년이 오키나와(沖繩) 해상에서 숨졌던 탁 씨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구로다 씨는 “꿈을 꿀 당시만 해도 조선의 청년들이 일본의 전쟁에 특공대원 등으로 참여해 숨진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귀향기념비를 건립하기 위해 한국을 오가면서 탁 씨와 비슷하게 숨진 이가 사천시에만 250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귀향기념비 제막이 다시는 불행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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