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소비자의 쇼핑리스트에 오르는 12가지 비결

  • 입력 2008년 3월 22일 03시 00분


◇ 소비자가 진화한다/김용섭, 전은경 지음/372쪽·1만8500원·김영사

《자본주의는 생물이다. 살아서 움직인다.

18세기 애덤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을 주창한 이래 시장경제는 진화를 거듭했고 시장을 주도하는 이들은 생산자였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이제 시장권력의 중심은 파는 사람들이 아니다.

‘소비자(customer)’에 따라 움직인다. 이 때문에 시장 마케팅도 소비자의 욕구와 트렌드에 맞춰지고 있다.

그 흐름을 이 책은 ‘보이는 손(visible hands)’이라고 이름 지었다. 미래 트렌드를 지배할 12가지 코드에서 첫 글자를 땄다.》

그 12가지 소비자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가상 세계(virtual life) △상상력(imagination) △스몰시스터(small sister) △개인주의(individualism) △최저가격(bottom price) △지위상승(level up) △도덕적 소비(ethical consumption) △휴먼 테크놀로지(human-tech) △예술(art) △네트워크(network) △더블 디 시프트(double D shift) △여유시간(spare time). 이 코드를 잘 해석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마케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저자가 내세운 키워드들은 그다지 독특하진 않다. ‘빅 브러더’의 반대 개념으로 등장한 스몰시스터, 디자인과 디지털의 결합을 뜻하는 더블 디 시프트도 용어가 낯설긴 하지만 내용은 생소하지 않다. 급변하는 한국 사회에서 벌써 드러나는 트렌드이기도 하다.

오히려 이 책의 장점은 키워드 속에 담긴 풍부한 사례에 있다. 가상세계는 개념이 등장한 1960년대만 해도 컴퓨터를 이용해 만든 3D 환경 정도를 뜻했다. 그러나 2003년 정보기술(IT)기업 ‘린든 랩’이 선보인 ‘세컨드 라이프’는 가상세계가 어디까지 다다랐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물건 매매는 물론 사이버섹스도 통용되는 사회. 성공한 사업가를 표지모델로 삼는 ‘비즈니스위크’가 2006년 5월 세컨드 라이프에서 가상 부동산을 팔아 실제 백만장자가 된 사이버 인물 ‘안시 청’을 내세운 건 가상 세계의 상품 가치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였다.

도덕적 소비도 새로운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다. 영국에서 페어트레이드(공정무역) 커피의 시장점유율은 1999년 1.5%였지만 2004년 20%로 훌쩍 뛰었다. 커피를 소비하는 기준이 맛과 향에 그치지 않고 페어트레이드 커피라는 ‘도덕적 아우라’를 소비하는 것이다.

“자신이 사회적 진보에 기여했다는 심리적 위안과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제품의 발견이란 측면에서 (도덕적 소비는) 소비자의 필요에 부합하기도 했다. 기업 노동자의 책임 문제를 따지는 것도 결국 그 노동자가 자신이나 가족이 될 수 있기에 기업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저자가 바라보는 21세기 소비자는 이제 매스(mass)나 다수라는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타깃 층이란 용어도 식상할 정도이며, 이미 마이크로(micro)를 넘어 ‘인디비주얼’로 분화됐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소비자의 정체성이 아니라 흐름이다. 그들의 진화 트렌드를 파악할 때 마케팅도 성공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낚시 방법이 아니라 좋은 낚시 목을 보여주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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