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배가 볼록… 소화불량인 줄만…”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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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여성 10명 중 3명이 ‘자궁근종’

《최근 가수와 아나운서 등 유명인들이 자궁근종을 진단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궁근종에 대한 여성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자궁근종은 자궁에 생긴 혹이지만 양성 종양이기 때문에 암과 달리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자궁근종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별로 없어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아랫배가 자꾸 나와 살이 찐 것이 아닐까 오해하기도 한다.》

○ 초음파 찍거나 내진 해봐야

미혼인 김정애(31) 씨는 빈혈로 얼굴이 창백하고 쉽게 피로감이 느껴져 두 달 전부터 철분 보충제를 복용하고 있다. 그러나 헤모글로빈 수치는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아랫배도 자꾸 나오고 생리 기간이 아닌데도 가끔 하혈을 했다. 김 씨는 산부인과에서 자궁근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자궁근종은 가임기 여성 10명 중 3명에게서 발견될 만큼 흔하다. 그러나 거의 증상이 없고, 있다고 해도 빈혈, 과다 생리, 소화불량 등과 혼동하기 쉽다. 근종의 크기가 꽤 커지면 변비, 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헷갈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는 근종이 커지거나 여러 개 생긴 후에야 알게 되곤 한다.

자궁근종을 발견하려면 초음파를 찍어 보거나 내진(의사가 손으로 질 안을 검사하는 것)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성 관계 경험이 없는 여성은 내진을 꺼리는데 초음파만으로 진단할 수 있다. 초음파는 질초음파, 항문초음파, 복부초음파가 있다. 작은 크기의 근종을 잡아내는 데는 복부초음파보다 질초음파와 항문초음파가 더 정확하다.

○ 불임의 원인 10∼15%가 자궁근종

젊은 여성이 자궁근종 진단을 받으면 아기를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크게 낙담한다. 그러나 자궁근종 수술을 하더라도 모두 자궁을 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없고 근종 크기가 4cm 이하인 경우는 대개 근종의 성장을 지켜보기만 한다. 그러나 근종 때문에 불편하거나 암일 가능성이 있으면 절제한다. 근종 크기가 변함없고 환자도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굳이 절제하지 않아도 사는 데 전혀 지장 없다.

전문가들은 근종을 절제한 후에도 임신율이 40∼60% 유지된다고 본다. 더는 아이가 필요 없거나 환자가 철저한 근종 제거를 원하는 경우에는 자궁을 절제할 수 있다. 45세 이상이면 난소암 예방 차원에서 절제를 권하기도 한다.

자궁절제를 하지 않고 근종을 제거하는 방법도 있다. 자궁동맥색전술과 자궁동맥결찰술은 근종을 둘러싼 혈관을 막아 근종을 질식시키는 방법이다. 근종을 고주파로 녹이는 자궁근종용해술도 있다. 이 방법들은 시술 후 임신율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근종 때문에 임신이 안 될 수는 있다. 불임의 원인 중 10∼15%는 자궁근종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모(34) 씨는 결혼 후 2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산부인과를 찾은 그는 자궁에 출산 직전의 아이 머리만 한 근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크기의 자궁근종이 있는 상태에서는 임신이 불가능하다. 하 씨는 자궁동맥색전술을 받았고, 치료 후 6개월 만에 임신을 했다.

○ 여성호르몬과 관계있는 것으로 추정

문란한 성관계가 자궁근종을 불러온다는 생각은 오해다. 산부인과 질환 중 골반염, 자궁경부암 등 감염성 질환은 성관계와 관련 있을 수 있지만 자궁근종, 난소낭종 등 부인과 질환은 이와 상관없이 생길 수 있다.

자궁근종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한 예방법도 없다. 전문가들은 자궁근종이 여성호르몬과 관계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난소 기능이 왕성한 가임기 여성의 몸에서 자궁근종은 잘 자라며 초경 이전이나 폐경기 이후에는 나타나지 않거나 근종 크기도 줄어든다.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사를 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1년에 한 번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으면서 자궁근종도 함께 검사받으라고 조언한다.

(도움말=김성훈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태중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대한산부인과학회)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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