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대한민국의 제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이 당선자의 고향인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성1리 ‘덕실마을’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날 오후 33가구, 90여 명의 덕성1리 주민과 이웃마을에서 찾아온 사람 등 200여 명은 덕성1리 마을회관 앞에 설치한 대형 TV 앞에 모였다.

오후 6시 공중파 방송사들의 출구조사에서 이 후보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오자 주민들은 일제히 태극기를 흔들며 “이명박! 대통령!”을 외쳤다. 주민들은 이어 풍물단의 꽹과리 소리에 맞춰 한데 어울려 어깨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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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 “벽지에서 대통령 났다”

덕성1리는 흥해읍에서 꾸불꾸불한 산길을 따라 3km가량 더 들어가야 나오는 벽지(僻地).

예로부터 덕실마을로 불려온 이곳에는 지금도 이 당선자의 8촌 형인 이상근(71) 씨와 4촌 형수인 유순옥(76) 씨가 살고 있다.

이 씨는 “이 당선자가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귀에 못이 박이도록 ‘알뜰하게, 열심히 살아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면서 “어릴 때의 가난과 고생을 잊지 말고 나라를 살리는 정치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거운동 과정에서 많은 싸움이 벌어졌지만 이제 모두 포용하는 자세로 나라의 미래만 생각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덕실마을은 이 당선자의 본관인 경주 이씨 국당공파의 집성촌. 마을사람 절반 이상이 같은 성을 갖고 있다. 경주 이씨 성을 가진 주민 한 사람은 “올봄에 이미 이 후보의 당선을 알려주는 길조(吉兆)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5월 초 경북 경주시에서 경주 이씨 시조인 표암공 알평의 제사를 지낼 때 하늘에 햇무리(해 주변에 생긴 무지개 같은 테)가 나타났다는 것. 당시 제사에는 이 당선자가 초헌관으로 참석했다.

[화보]이명박 고향 “대통령 나왔다” 마을 잔치

○ 마을 주민들 손님 맞을 채비

덕성1리 주민들은 오전부터 당선을 예상하고 마을 입구에 안내 표지판을 세웠다. 또 논 2곳에 임시 주차장을 마련하며 손님 맞을 채비를 했다. 기쁨이 큰 만큼 이 당선자에 거는 고향마을 주민들의 기대 역시 컸다.

오전 6시 투표소가 문을 열자마자 주민들과 함께 투표한 이덕형(58) 이장은 “이 당선자가 온 국민이 잘사는 길을 열어 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라며 “새 대통령이 나온 만큼 나라에 화합의 기운이 넘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풍물단을 이끈 백강석(53) 흥해농업협동조합장은 “이 당선자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을 이겨낸 인물”이라며 “그런 만큼 ‘나라 농사’도 잘 지어 국민 생활에 풍년이 들게 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 모교 동문들 “학교의 영광”

이 당선자의 모교인 포항 동지고에서도 이날 동문과 재학생 200여 명이 모여 개표 결과를 지켜봤다. 이 당선자는 동지고의 전신인 동지상고 야간부를 1960년에 졸업했다. 이 당선자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이 학교 주간부 1955년 졸업생이다.

지난해 동지고 총동창회장을 맡았던 최영만(59) 포항시의회 의원은 “이 후보의 당선은 모교의 영광”이라며 “모교나 고향이 이 당선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마음속으로 열심히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시내도 이날 축제 분위기로 들썩였다. 포항 시내 중앙동 중앙상가 일대에는 오후 6시경부터 밤늦게까지 시민 1만여 명이 모여 이 당선자를 응원했다.

이 당선자도 이날 오후 8시경 주민들과 축하행사에 참가한 박승호 포항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고향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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