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유대인, 미국을 쥐락펴락

  • 입력 2007년 12월 15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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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財界 ‘거물’ 수두룩… 로펌-아이비리그 교수 40% 차지

親이스라엘 로비단체 막강파워… “美국익에 배치” 저항도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원조를 받는 나라는?’

아프리카 국가가 아니다. 정답은 이스라엘이다. 미국은 지금도 매년 평균 30억 달러(약 2조8500억 원)에 이르는 원조를 이스라엘에 제공하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 건국 이후 제공한 원조액수가 1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이 이처럼 이스라엘에 관대한 이유에 대해선 유대계 미국인들의 힘을 거론하는 전문가가 많다.

미국 내 유대계 인구는 530만 명부터 700만 명 등 다양한 통계가 있지만 대체로 60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미국 전체 인구의 2%. 그러나 미국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 10배 이상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 유대계 로비의 힘

올해 3월 10∼12일 워싱턴 시내 중심가에 있는 워싱턴 컨벤션센터. 유대계 미국인 중 지도급 인사 5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친(親)이스라엘 로비단체인 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 총회 참석자들은 이 단체의 위상을 잘 보여 줬다. 미 상원의 양당 원내총무가 기조연설을 했다. 딕 체니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기조연설자로 나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 언급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약속했다.

이 총회에는 미 연방 상원의원의 절반, 하원의원의 3분의 1이 참석했다고 AIPAC 측은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마지막 날인 12일은 ‘로비 데이’. AIPAC 회원들이 행사가 끝나고 일제히 미 의사당으로 가서 지역구 의원들을 만났다. 대부분의 의원은 이날 일정을 통째로 비워 놓고 지역구에서 온 유대계 미국인 유권자들을 만나 줬다.

행사에 참석했던 김동석 뉴욕·뉴저지 유권자센터 소장은 “마치 미국 의회가 통째로 워싱턴 컨벤션센터로 옮아온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유대인의 파워는 일상생활에서도 느껴진다. 예를 들어 뉴욕, 뉴저지 주 북부 등 유대인이 많이 모여 사는 곳에선 유대인 휴일에 공립학교가 아예 문을 닫는다.

유대인의 명절인 하누카가 있는 12월이 되면 뉴욕 시내 고급 백화점들은 ‘하누카 세일’을 하며, 뉴욕타임스에 하누카 세일광고가 일제히 실리기도 한다.

○ 아이비리그 재학생 20% 이상이 유대계

유대계가 미국에서 이처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는 유대계가 정치, 금융, 법조계, 학계, 언론 등 미국 사회 각 분야에 거미줄처럼 퍼져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제도이사회(FRB) 의장,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등 유대계 출신 지도급 인사들을 꼽으려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다.

미국 50대 기업 중 17개 기업을 유대계가 세웠거나 현재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뉴욕과 워싱턴의 유명 로펌(법률회사) 변호사의 40%가 유대계라는 통계도 있다.

학계에서도 유대계 파워는 막강하다.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의 30∼40%를 유대계가 차지한다는 것은 학계에선 정설이다.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서도 유대계 비율이 아주 높다.

명문대 진학률에서도 유대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유대계 대학생 관련 지원단체인 힐렐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유대계 학생 비율은 △하버드대 29.6% △예일대 26.7% △프린스턴대 10.6% 등에 이른다. 아이비리그 전체로는 23.6%. 인구비율의 10배 이상에 이르는 통계다.

○ 유대계 파워, 역풍도 있다

하지만 유대계의 파워가 미국에서 이제 기득권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문제점이 미국 중동정책의 편향성.

예를 들어 유엔 총회에서는 매년 이스라엘의 대(對)팔레스타인 정책을 비판하는 결의안이 상정된다. 대부분의 유엔 회원국은 찬성하지만 미국은 올해도 어김없이 이스라엘 편에 섰다.

민병갑 뉴욕 퀸스대 교수는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최근 친이스라엘 로비에 힘을 보태면서 미국사회에서 유대계의 힘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유대계 로비의 파워는 누구나 인정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공론화하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 자칫 ‘반유대주의자’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지난해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의 외교정책’이라는 논문을 통해 “친이스라엘 로비의 결과로 미국 행정부가 때로는 미국 국가이익과 배치되는 중동정책을 편다”고 지적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美의회 위안부결의안 통과때

유대인 로비단체 조언이 큰 힘”▼

‘780만 달러짜리 프로젝트.’

미국 하원이 7월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워싱턴 정가에선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일본 정부가 로비 회사를 780만 달러에 고용하며 결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노력을 쏟았음에도 결국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된 점을 가리킨 것이었다.

그렇다면 결의안 통과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한마디로 전략의 승리였다. 필자는 친(親)이스라엘 로비단체이자 워싱턴 최강의 로비단체로 꼽히는 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서 10년 이상 회원으로 활동한 인연을 내세워 AIPAC에 도움을 요청했다. AIPAC 관계자 A 씨는 일본 정부를 의식해 공식적인 도움은 거절한 뒤 비공식적인 ‘전략 자문’을 해 주었다.

A 씨의 첫 충고는 “한인들은 일본 정부에 비해 정치력, 정보력, 로비력 등 모든 측면에서 열세인 만큼 정면 대결 대신 철저히 의원들의 지역구를 통해 접근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한인 단체들은 결의안 통과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의원들의 지역구를 통해 설득 작업에 나섰다.

A 씨는 또 미 의회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연결고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미국 사회에서 한국인은 유대인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 이민 생활 초기에 주로 자영업 분야에서 열심히 일해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갖추는 것이나 자녀들에 대한 높은 교육열이 비슷하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미국 선거에서 전략적 투표 및 정치인들에 대한 후원금 모금 등을 통해 영향력을 확보한 뒤 이를 고국인 이스라엘의 이익과 연결시키는 전략을 구사한다. 반면 미국 내 한인들은 아직도 미국 선거보다 한국 정치권만 바라보려는 경향이 많다. 이런 점에서 유대계 미국인들의 전략은 한인 교포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한편으로 한인 2세들이 미국인으로 성장하면서 한국에 대한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은 한국의 장기적 이익에 중요하다. 따라서 AIPAC가 최근 미국 주요 대학의 유대계 학생 조직 육성에 많은 정성을 기울이는 점에도 눈길을 돌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동석 뉴욕 뉴저지 유권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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