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아일랜드 축구팀 실화 뮤지컬 ‘뷰티풀 게임’

  • 입력 2007년 11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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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축구공과 함께.

3년 전 ‘토요일 밤의 열기’에서 춤꾼 토니 역을 맡아 무명의 신인에서 단숨에 오빠부대를 거느린 뮤지컬 스타로 떠올랐던 박건형(30). 이어 영화와 TV로 건너갔던 그가 1970년대 아일랜드 축구팀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뷰티풀 게임’으로 오랜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프리미어리거를 꿈꾸는 촉망받는 축구선수 존 역을 맡은 그는 5일 분신처럼 갖고 다니는 축구공을 옆구리에 끼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 “공 떨어뜨리지 않고 1분 대사 맹연습”

“어, 동영상도 찍어요? 그럼 공 떨어뜨리면 안 되겠네?”

인터뷰 사진과 함께 동아닷컴 동영상도 찍겠다는 말에 “잘한 것만 올려 달라”며 웃더니 촬영 내내 축구공을 몸에 ‘붙이고’ 놀았다. 통통, 발끝에서 튀던 공은 무릎과 가슴, 머리를 오갔다.

“극중 존이 현란한 개인기를 보이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대사를 하면서 1분가량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갖고 놀아야 되는데 걱정이에요.”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 기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매일 공을 끼고 연습해 얼마 전엔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200번이나 튀겼다. 3년 만에 서는 무대. ‘토요일 밤의 열기’의 성공에 따른 기대의 눈길도 만만찮은 부담일 터. 하지만 그는 더블캐스팅도 거절하고 두 달 내내 혼자 무대를 끌고 간다. “쉬운 건 재미없잖아요.”

춤보다는 드라마가 강한 뮤지컬이지만 가장 큰 볼거리는 1막 후반부에 나오는 ‘사커 댄스’다. 전후반 45분씩인 결승전이 6분 30초의 춤으로 압축돼 때로는 우아하게, 때로는 역동적으로 무대 위를 수놓는다. 이 장면에 축구공은 등장하지 않지만, 마치 공이 있는 것처럼 배우들은 스로인하고, 태클로 공을 뺏고, 페널티킥으로 공을 골대에 꽂아 넣는다. 14명의 건장한 남자가 뿜어내는 아드레날린이 느껴지는 이 장면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피가 역류하는 느낌을 세 번쯤 받게 되는 장면”이다.

183cm의 건장한 체격인 그는 실제로도 축구팬이다. 극중에선 스트라이커지만 연예인 축구단 3곳에 가입한 그의 진짜 포지션은 미드필더.

“공을 골대에 넣는 것은 한 사람이지만, 그 골을 넣기까지 팀 모두가 힘을 합쳐 공을 몰아 가 주는 거잖아요. 팀플레이와 거친 호흡, 그게 축구의 매력이죠.”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 기자

○ 벨파스트 축구팀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테러

국내 무대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뷰티풀 게임’은 가볍고 화려한 뮤지컬이 아니다. 2000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 뮤지컬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품 중 연극적인 요소가 가장 강하다.

1막은 세계적인 축구선수를 꿈꾸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축구팀 청년들의 우정과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면 2막은 이념과 테러 속에서 그 모든 것이 배신당하고 조각나 버리는 내용이 펼쳐진다.

축구,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테러, 영국과 아일랜드의 오랜 유혈 갈등, 그리고 비극적 결말. 이런 소재의 뮤지컬이 관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젊은 여성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까?

“결승전 이후 라커룸 장면에서는 남자 배우들이 팬티만 입은 채 다 벗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다들 몸 만드느라 난리 났는데도요?(웃음) 이 작품이 다소 무겁고 비극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우정으로 뭉친 순수하던 시절을 보여 주는 마지막 장면은 역설적으로 감동을 주며 화해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 겁니다.”

제목 ‘뷰티풀 게임’은 ‘축구’를 뜻한다. 펠레의 자서전 제목인 ‘마이 라이프 앤드 더 뷰티풀 게임’에서 비롯된 말. 뮤지컬 ‘뷰티풀 게임’은 상대편이 존재해야 경기가 가능한 축구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 공존해야 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작품 속,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던 신부(神父)는 묻는다. “여기 공이 있다. 이 공은 어디에 있어야 하지?” “적의 골대요”라고 외치는 아이들에게 신부는 다시 말한다.

“빙고! 하지만 ‘적’이 아니고, ‘상대편’ 골대야.”

16일∼2008년 1월 13일. 3만∼10만 원. LG아트센터. 02-501-7888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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