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초 50 꿈의 기록 ‘초인’은 언제올까… 파월, 100m 세계기록 경신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9월 11일 03시 01분



《‘9초 74→?’ 아사파 파월(25·자메이카)이 10일 이탈리아 리에티에서 열린 육상 그랑프리대회 남자 100m 예선에서 9초 74를 찍어 세계기록을 갈아 치우자 인간 한계에 대해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파월은 2005년 6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9초 77)을 2년 3개월 만에 0.03초 앞당기면서 인간 한계의 1차 관문으로 여겨졌던 ‘9초 75’를 깼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이 보는 남자 100m의 한계 기록은 9초 50이다. 생리학적인 한계, 기구(트랙, 운동화, 유니폼 등)와 훈련 방법 등 과학의 발달,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인간이 단축할 수 있는 최대치를 추정한 것이다.

일본 와세다대의 스즈키 히데지 교수는 과거 기록의 단축 추세와 앞으로 예상되는 기술 혁신, 역대 선수들의 장점만을 모은 ‘초인’의 등장을 예상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한 결과 2050년에 9초 55, 2360년 이후에 8초 99까지 가능하다는 계산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가장 이상적인 상황만을 가정한 것으로 현실 세계에선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다른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파월을 보면 한계 설정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파월의 키는 190cm, 몸무게는 88kg. 키가 크면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정설을 뛰어 넘어 스타트가 좋다. 이날도 예선에 참가한 7명 중 가장 빠른 반응 속도(0.137초)를 보였다. 폭발적인 막판 질주도 겸비했다. 보통 선수들은 70m를 넘으면 속도가 약간 떨어지는데 파월은 “마지막 40m에서 빨랐다”고 자랑했듯이 오히려 막판에 더 속도가 붙었다. 파월보다 더 큰 선수들이 나와 빠른 출발 반응 속도와 순간 가속력,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의 삼박자를 갖추게 된다면 9초 50이라는 한계도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이와 함께 환경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이날 파월은 기준 풍속(초속 2m)을 근소하게 못 미치는 초속 1.7m의 바람을 등지고 뛰었다. 2005년 9초 77을 세울 때는 1.6m, 지난해 6월 타이를 기록할 때는 1.5m의 뒤 바람 도움을 받았다. 100m에서 초속 1m의 뒤 바람은 0.085초를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연구 결과. 1996년 4월 바베이도스의 오바델레 톰슨은 초속 5m의 뒤 바람 속에 역대 비공인 최고인 9초 69를 뛰었다.

파월은 이날 결승에서도 9초 78의 좋은 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일본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선 9초 96으로 타이슨 게이(9초 85·미국)에게 우승을 내주고 3위에 그쳤지만 이날 세계기록 작성으로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았다. 파월은 지난해 9초 77을 두 번 기록하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메이저 타이틀을 하나도 획득하지 못해 ‘무관의 제왕’으로 불린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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