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女 절반 “결혼, 해도 좋고 안해도 좋아”

  • 입력 2007년 7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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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거나 ‘곁에 누군가 있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딱히 없어요.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마냥 행복해 보이는 것도 아니고….”

광고기획사 과장인 서모(32·여) 씨는 결혼하라는 부모님과 친척들의 성화에 신경이 쓰이지만 당분간 결혼할 마음이 없다.

독신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의 시선이나 결혼 적령기라는 사회 통념에 떠밀려 결혼을 선택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서 씨의 생각이다.

결혼에 대한 신세대의 가치관이 변하면서 서 씨처럼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결혼 유보족’이 늘고 있다.

▽여성 33.6% 결혼 유보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전기택 연구위원이 통계청의 1998∼2006년 사회통계조사를 분석한 결과 꼭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남녀는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통계조사는 4년마다 전국 3만여 가구 7만여 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15세 이상 여성 중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1998년 30.5%, 2002년 21.9%, 2006년 21.6%로 계속 줄고 있다. 반면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반응을 보인 ‘결혼 유보족’은 1998년 28.9%, 2002년 34.1%에서 2006년 33.6%까지 늘어났다.

남성의 경우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이 1998년 36.9%, 2002년 29.5%, 2006년 30.0%로 나타났다.

그러나 결혼에 대해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남성의 비율도 늘고 있다. ‘결혼 유보족’은 1998년 18.4%, 2002년 19.9%, 2006년 21.1%였다. ‘하지 않는 것이 좋다’와 ‘하지 말아야 한다’ 등 부정적인 반응은 1998년 0.8%, 2002년 1.1%, 2006년 1.3%로 늘어났다.

▽여성 “경제력 갖춰 결혼 미뤄”=연령별로는 30대 여성이 결혼에 대해 가장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2006년 조사에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30대 여성의 비율은 8.9%에 불과했으며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비율은 46.6%나 됐다.

또 가사 분담에 대한 미혼 남녀의 인식 차도 뚜렷해 여성의 69.3%가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대답했으나 남성은 46.3%로 나타났다.

전 연구위원은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면서 경제적 자립이 가능해진 것도 결혼을 미루는 한 원인”이라며 “여성이 가사나 육아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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