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영화제에 쏟아지는 불만들…

  • 입력 2007년 7월 19일 14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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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열린 제 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지난 12일 열린 제 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지난 주말 김민준(27ㆍ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씨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에 영화를 보러갔다가 크게 실망했다. 15일 오후 5시에 시작하는 영화 입장권을 예매한 그는 4시 45분경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천 프리머스8 극장 1층에 도착했다. 김 씨는 9층 상영관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번번이 만원이었다. 영화 시간이 다 되어서도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게 된 그는 어쩔 수 없이 1층에서 9층까지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러나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상영관 앞에 도착하니 영화는 이미 시작된 뒤였다. 영화제 진행요원은 항의하는 김 씨의 입장을 막았고 환불이나 교환도 안 된다고 했다. 결국 그는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영화 시작 뒤 입장을 막는 것은 이해를 한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어서 늦은 것이라면 주최 측에서 별도의 조치를 취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 관객에게 원칙만을 내세우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PiFan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영화제중 하나로 지난 10년간 국내외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러나 지난 12일 개막된 11회 PiFan은 운영미숙을 드러내며 원성을 사고 있다. 19일 현재 PiFan의 공식 홈페이지는 영화제 운영 전반에 관한 불만 글들이 올라와 있다.

셔틀버스 탔다가는 제 시간에 도착 못 해

“5시 영화를 보려고 셔틀버스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지나도 버스는 오지 않고 기다리는 줄은 길어지고 결국 오긴 왔는데 정말 사람 많더군요. 출근시간 만원버스였죠. 다 못타고 택시 타는 사람, 버스 타는 사람. 버스는 4시59분에 극장 앞에 서더군요.”(아이디 likeksy)

PiFan의 상영관은 총 일곱 곳. 상영관들이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영화제 기간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그러나 버스가 부족하거나 운행 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상영 시간에 늦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셔틀버스와 정류소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 외지 관객이나 외국인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천역에서 셔틀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역내 어디에도 영화제 셔틀버스에 대한 안내가 없었습니다. ㅡ.ㅡ;; 몇 년 전에도 있었던 안내가 올해는 없어서 좀 당황스러웠습니다.”(donnie)

“부천역에서 셔틀버스 타는 곳까지 거리가 멀던데, 왜 아무런 안내판이 없죠? 역 1번 출구로 나와서 최소 다섯 사람에게 물어본 것 같습니다. 아무도 모르더군요. 날씨는 더운데 짜증나 돌아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최소한 화살표라던가 뭔가 안내판이라도 있어야지…, 지금이라도 붙이시죠.”(jennyc97)

입장권 환불 절대 안 되고 교환은 제한적

영화 입장권에 관한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PiFan에 따르면 당일 입장권은 환불이 안 되고, 영화 시작 이후에는 입장이 불가능하다. 현장 예매는 해당 상영관에서만 가능하다.

“교통 사정 때문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환불도 못 받고, 그냥 가란 말입니까? 환불체계를 새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hsd0921)

“전 2분 늦어 영화를 못 봤습니다. 정말 1회부터 꾸준히 갔던 부천영화제였는데 작년부터 개판 5분전이더니, 올해는 더하네요. 내년부턴 안갈 생각입니다. 부천에도, 영화제에도, 오만정이 다 떨어지네요.(iam0a)

“현장 예매의 경우 해당 상영관에서만 표를 찾을 수 있어서 불편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작년에는 복사골에서 상영하는 영화라도 CGV나 다른 상영관에서 예매가 됐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그렇게 되지 않더라구요.”(July700)

영화 상영 중 굉음? 하얀 배경에 흰색 자막?

영상의 질에 관한 지적도 많았다. 일부 영화는 음향 상태가 고르지 못했고 밝은 영화의 경우 흰색 자막이 보이지 않기도 했다는 것.

“자막 한번 끝내주더이다. 그게 뭡니까? 생각을 좀 해보세요. 영화 배경이 밝은 빛이에요.

근데 그 위에다가 흰색으로 자막을 써요. 그게 보입니까? 보통은 하얀색 글씨에 검정색 테두리 치지 않습니까? 기본 아닙니까?”(jennyc97)

“밝기가 과한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화면 색조 조정에 신경 써주세요 특히 공포영화가 밝으면 짜증납니다. 원본이 그래서 그렇다고 말하진 마십시오. 한 편 한 편 소중한 영화들이고 원본이 잘못됐다면 다시 보내라 해야 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상영 전에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합니다.”(donnie)

14일 밤 심야상영 시간에는 음향장비의 과부하로 굉음이 울리며 관객들이 영화관을 뛰쳐나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한순간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이 스피커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대사가 하나도 들리지 않고 소음이 계속돼 귀를 틀어막고 기다렸지요. 견디다 못한 관객들이 상영관을 빠져나가 로비에서 웅성거리며 서있는데 긴 시간 그렇게 관객들을 방치해두더군요. 정말 어이가 없다고 밖에는 뭐라 할말이….”(justine)

미숙한 진행자들

진행요원들의 미숙한 일처리도 도마에 올랐다.

관객들은 불친절과 외국인에 대한 배려 부족, 진행요원들의 행사 내용 무지, 열악한 극장 시설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진행자의 태도에 완전 어이상실입니다.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수많은 무료 시사회에도 가보았지만 이런 대접은 처음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입장불가는 이해갑니다. 시간 지나서 입장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사람에게 욕먹을 짓이라는 거 압니다. 그런데 관계자 분 싸우자는 투로 나오시더군요.”(niceto22)

“진짜 짜증나는 관객들이 이런 불만 글을 달아도 해명조차 하지 않는 겁니다. 해명이 아니라 답글이라도 달아야 하는 거 아닌 가요. 관객들이 소귀에 경 읽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매년 이게 뭔 짓입니까.”(efyou1004)

“문제점 보완하고 있다. 지켜봐달라”

PiFan측은 18일 관객들이 지적에 대해 많은 부분 공감을 표시했다. 또 대책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주최 측은 불만이 쏟아지자 지난 15일부터 극장의 시설이나 셔틀버스 때문에 상영시간을 지키지 못한 관객들에겐 부분적으로 입장을 허용하거나, 환불해주고 있다. 심야 상영의 음향기기 사고에 대해서도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열악한 극장 시설에 대한 보완 계획도 세우고 있다.

PiFan 홍보팀 민진이 씨는 “관객들이 지적한 문제들을 고쳐 나가고 있다”며 “모든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남은 일정도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총 33개국에서 215편이 출품된 영화제는 10일간의 일정을 마치는 오는 21일 막을 내린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이 기사는 이우섭 동아닷컴 인턴사원(jeromi9117@hotmail.com)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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