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심혈관 안녕하십니까]<중>폐경 이후 여성도 위험군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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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심증, 심근경색은 술과 담배를 즐기는 남성의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발표된 한국인의 사망 원인 통계를 보면 여성의 사망 원인 1위가 심혈관 질환이다.

젊은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심혈관 질환에 걸리는 확률이 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흡연, 음주를 즐기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심혈관 질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50대 폐경기에 들어서면 심혈관 질환에 걸리는 여성이 급증하고 70대가 되면 남녀 간 격차가 없게 된다.》

여성은 일단 심혈관 질환에 걸리면 남성에 비해 치료해도 잘 낫지 않고 합병증이 잘 생겨 사망률이 높다. 여성에게 더 무서운 심혈관 질환,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 급성심근경색 발병 60대 이후엔 남녀 차이 없어

심장 혈관 전문병원인 경기 부천시 세종병원이 2004년 응급실을 찾은 급성심근경색 환자 337명을 조사한 결과 50대 이하는 남성이 125명, 여성이 37명이었지만 60대 이후는 남성이 96명, 여성이 79명이었다. 70대 이상에서는 남성(33명)보다 오히려 여성(48명)이 많았다. 대한순환기학회가 1995∼2004년 전국 병원에 입원한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입원한 여성의 93.2%는 폐경기 상태였다.

여성호르몬 부족이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인이다. 혈관내피세포는 심혈관 질환과 관련이 깊다. 혈관 안쪽을 둘러싸고 있는 이 세포는 혈관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돼 동맥경화가 잘 발생한다. 여성호르몬은 혈관내피세포를 튼튼하게 해 준다.

폐경기 여성들은 더는 여성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심혈관 질환에 걸리기 쉬운 것이다. 또 월경이 중단되면서 탁한 피가 규칙적으로 교체되지 않고 혈액이 끈적끈적해져 고혈압에도 걸리기 쉽다. 고혈압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인자다.

세종병원 심장내과 유철웅 과장은 “폐경 이후 여성들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기 시작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이 잘 발생한다”며 “평소 운동 및 식단 관리로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 피로 소화불량 현기증 등 전조 증상 남자와 달라

아직까지 심혈관 질환은 ‘남성 질환’이라는 오해가 많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여성이 많다.

심혈관 질환의 전조 증상은 남성과 여성이 다르다. 남성은 주로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 등이 전형적인 전조증상이다. 여성은 피로감과 함께 속이 메스껍고 소화불량인 듯한 느낌이 들거나 기분이 우울해지면서 숨이 차고 불안감이 높아지는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이 때문에 심혈관 질환이 생겨도 잘 모르는 여성이 많다.

폐경기 이후 여성에게 심혈관 질환자가 급격히 늘기 때문에 합병증도 남성보다 잘 발생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심장 크기가 작고 혈관도 가늘어 심혈관 질환에 걸렸을 때 치료가 잘 되지 않는 편이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승우 교수는 “남성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임이나 술로 스트레스를 풀지만 가정주부들은 남편과 아이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를 별달리 풀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스트레스로 인해 심혈관 질환이 생기는 여성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 호르몬요법, 심장 질환엔 효과 없어

폐경 이후 여성들은 매년 심장 검진을 받는 게 좋다. 통상 폐경기 여성들은 여성호르몬을 투입하는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는데 심장 질환에는 호르몬 대체요법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여성이거나 65세 이상 여성이라면 전문의와 상담한 뒤 저용량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면 좋다. 만일 피로, 소화불량, 호흡곤란, 현기증, 식은땀이 생기면 심장병이 아닌가 의심해 보고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일상적으로 유지해야 할 생활습관은 남성과 마찬가지다. 금연해야 하며 혈압은 120/80mmHg 이하, 혈당은 100(mg/dL)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총콜레스테롤은 200(mg/dL) 이하,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은 100(mg/dL) 이하를 유지하자. 만일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심장 질환 고위험군 여성이라면 LDL 콜레스테롤을 70(mg/dL) 미만으로 낮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체중은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가 18.5∼23에 들도록 잘 조절해야 한다. 허리둘레는 80cm 이하로, 허리둘레를 엉덩이둘레로 나눈 비율은 0.8을 넘지 않아야 한다. 또 하루 1시간∼1시간 30분 빨리 걷는 수준의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여성 심혈관 질환 예방하려면 자료: 미국심장학회(AHA)
· 금연과 매일 60∼90분 동안 빨리 걷는 수준의 운동은 필수.

· 포화지방 섭취량을 총섭취열량의 7% 미만으로 줄일 것.

· 생선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함유된 식품을 주 2회 이상 섭취할 것.

· 비타민 E, C, 엽산, 베타카로틴 등은 심장 질환 예방 효과가 없음.

· 심장 질환 위험 여부에 상관없이 65세 이상 여성은 매일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할 것.

· 심장 질환 고위험군 여성은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dL당 70mg 아래로 낮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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