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 앉혀 강의실에 갈 때, 우린 말할 수 없이 행복합니다”

  • 입력 2007년 5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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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한 송희근 씨(뒷줄 왼쪽) 부부와 송 씨의 둘째아들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송 씨의 장남 성규 씨와 함께 캠퍼스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대구가톨릭대
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한 송희근 씨(뒷줄 왼쪽) 부부와 송 씨의 둘째아들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송 씨의 장남 성규 씨와 함께 캠퍼스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제공 대구가톨릭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장남의 대학 공부를 위해 50대 부모와 동생이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다니고 있다.

주인공은 대구 북구 고성동에 사는 송희근(53), 홍숙자(51·여) 씨 부부와 송 씨의 작은아들 주현(21) 씨.

송 씨 부부와 두 아들은 올해 3월 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 편입시험에 응시해 모두 합격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2년 전 아시아대 사회복지학과에 나란히 입학해 공부를 해오다 이번에 4명이 나란히 학교를 옮겼다.

이들은 2년 전 가족회의를 열고 집안의 맏이인 성규(27) 씨가 뇌성마비 1급 장애인으로 거동이 불편한 데다 시력마저 급격히 나빠져 혼자서는 책을 읽는 것조차 어렵게 되자 “온 가족이 같은 대학에 입학해 돕자”고 뜻을 모아 함께 대학에 진학했다.

송 씨는 “처음엔 두 아들만 대학에 보내려 했지만 큰아들이 몸이 많이 불편해 항상 곁에 있어 줘야 했고, 우리 부부도 평소 사회복지 활동에 관심이 많아 큰아들과 함께 같은 대학에 다니기로 하고 작은아들에게도 이런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가 되는 게 꿈인 작은 아들 주현 씨도 부모님의 뜻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들은 매일 오전 캠퍼스에 도착하면 약속이나 한 듯 성규 씨를 휠체어에 앉혀 강의실로 데려가 강의를 듣는다.

수업시간에 강의 내용을 노트에 정리하는 일은 주현 씨의 몫.

주현 씨는 “몸이 불편한 형을 위해 조금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수업시간에는 집중이 더 잘되는 것 같다”며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서 번 돈으로 장애인용 컴퓨터를 형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학 관계자는 “매일 아침 온 가족이 함께 학교에 나와 휠체어를 밀며 강의실로 향하는 모습은 우리 대학의 명물이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 송 씨는 “서로 의지하는 두 아들의 모습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며, 봉사하고 사랑하는 삶의 소중함을 깨닫곤 한다”며 “남들 눈에는 우리 가족이 힘들어 보일지 몰라도 우린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머니 홍 씨는 “저희 부부가 두 아들과 함께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대학을 졸업하면 가족이 모두 헌신과 희생의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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