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국가적 수치’ 모드에 빠질것”

  • 입력 2007년 4월 19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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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다려 왔다.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뉴스를. 아시아인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나는 그렇게 의심했다. 이유는 무척 많다.”

한 영문 블로거가 17일 이런 도발적인 언사를 사용하며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과 한국 문화의 상관관계를 나름대로 분석했다. 그는 “나를 인종주의자로 불러도 좋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한국 사회의 ‘과민 반응’을 순전한 서구인의 시각에서 바라봤다.

블로거는 한국인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마이클 허트 씨. 버클리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한국의 인종 문제에 관한 논문을 준비 중이라는 그는 몇 년째 한국에 머물며 ‘도시정치가(Metropolitician)’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허트 씨는 먼저 이번 사건으로 한국 사회가 ‘국가적 수치(national shame)’ 모드에 빠질 것이라며 “사회적 요인도 살펴봐야겠지만 조승희는 어디까지나 ‘개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병적인 개인 조승희의 문제이지 한국이나 한국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국가적 수치와 국가적 자존심(national pride)은 동전의 앞뒷면”이라며 정부와 언론, 대중이 한때 국가적 영웅으로 만들었지만 결국 추락한 황우석 박사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미국 슈퍼볼 영웅 ‘하인즈 워드 신드롬’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허트 씨는 한국에서 조승희가 ‘국가적 영웅’이 아닌 ‘국가적 악당’이 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이유를 자신이 겪은 한국적 문화에서 찾았다. 남성 우월주의, 입시 압박 탓에 빈번히 발생하는 자살, 학교 주변에 난무하는 각종 폭력,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학벌 중시 풍조…. 다분히 인종주의적 비판을 살 만한 내용이지만 한국 사회로서도 크건 작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들이다.

그는 특히 ‘한국 남자’의 문제점에 주목하며 “미국의 대학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한국 남학생은 미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왜 그렇게 어려움을 겪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남학생들은 강의 중 토론시간에 항상 위축돼 있고 자신이 교수나 동료에게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곧바로 좌절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허트 씨는 한국인이 역사 속에 묻어 두고 싶었거나 기억하지 못했던 최악의 기록도 들춰냈다. 그는 세계 역사상 가장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은 1982년 한국인 순경이 경남 의령에서 이웃주민 50여 명을 쏘아 죽인 ‘우범곤 사건’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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