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지원병제’ 정부 설문 부실

  • 입력 2007년 3월 7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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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병-전문병들은 아예 설문대상 제외

2004년 육군 설문 땐 7%만 “지원할 것”

정부가 군 복무기간을 대폭 단축하더라도 유급지원병제를 도입할 경우 병력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그 근거로 제시한 일선 병사 대상 설문조사가 부실하게 실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본보가 6일 입수한 병역자원연구기획단의 유급지원병제에 관한 일선 병사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병역자원연구기획단은 지난해 9월 국방부와 병무청 등 6개 부처가 포함된 범(汎)정부 기구로 발족했으며 이달 초 병역제도 변경안을 발표한 뒤 해체됐다.

국방부는 본보가 지난달 13일자 A4면에서 전현직 군 관계자들의 비판을 인용해 유급지원병제가 초래할 군사 안보적 문제점을 지적하자 “병역자원연구기획단의 설문조사 결과 병력 확보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육해공군(해병대 포함) 장병 757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 설문조사에선 유급지원병의 지원율이 육군 28.5%, 해군 88%, 공군 25%로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조사 대상은 모두 갓 입대한 훈련병이었으며 내년부터 유급지원병제가 시행되는 전투 및 기술 숙련병과 첨단장비 운용 전문병들은 조사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20년까지 국방부가 확보하겠다고 밝힌 4만 명의 유급지원병 중 85%를 충당해야 하는 육군의 경우 설문조사가 병사 200명을 대상으로 단 한 차례만 실시됐을 뿐이어서 전체 병사의 여론이 과연 얼마나 반영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유급지원병 충당 비율이 5%(2000명)에 불과한 공군 병사들의 조사 규모는 육군 병사의 2배인 400명이어서 설문조사 모집단 구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 설문조사는 정부가 복무기간 단축 강행 근거를 만들기 위해 급조된 것으로 이를 유급지원병제 도입을 정당화하는 자료로 삼기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유급지원병제는 일선 병사들의 지원 의사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지원율이 예상을 밑돌 경우 유급지원병의 충원에 차질이 빚어져 감군과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전투력 저하, 병력 부족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군의 한 소식통은 2004년 5월 육군이 8개 사단 병사 809명을 대상으로 유급지원병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지원 의사를 밝힌 비율이 7.4%(58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전체 응답자의 82%(590명)가 유급지원병의 복무기간으로 6개월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는 1년 이상 복무를 유도하겠다는 현 정부의 방침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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