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폭탄테러, 사람 왕래많은 기지 정문서 두차례 폭발

  • 입력 2007년 2월 2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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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숙의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박정이 소장(왼쪽)이 27일 윤장호 병장이 순직한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 폭탄테러 사건에 관해 브리핑하기 위해 참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대책 숙의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박정이 소장(왼쪽)이 27일 윤장호 병장이 순직한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 폭탄테러 사건에 관해 브리핑하기 위해 참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한국군 다산부대(공병부대) 소속 윤장호(27) 병장은 급조폭발물(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s)을 이용한 전형적인 자살 폭탄 테러로 희생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폭탄테러가 한국군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부대를 비롯해 해외 파병부대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고 경위=27일 오전 바그람 기지 정문 앞에서 200m 떨어진 1번 게이트.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차량이 기지로 접근하는 유일한 통로다. 윤 병장과 부대 상급자인 행정보급관이 다산부대의 기능공 교육을 받기 위해 도착한 현지인 기술교육생 8명을 만났다. 여느 때처럼 교육생들이 기지에 들어올 수 있도록 미군 검문소로부터 출입허가 조치를 밟기 위해서였다.

오전 10시 20분(한국 시간 오후 2시 50분)경 행정보급관이 6명의 출입증을 받아 먼저 기지 안으로 들어간 뒤 윤 병장이 나머지 교육생 2명의 출입증을 받기 위해 미군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폭음이 지축을 흔들었다.

부대 방문객으로 위장한 현지 테러범들이 몸에 두른 IED를 터뜨린 것. 폭발로 기지 정문 앞은 비명과 신음이 뒤범벅된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변했다. 기지가 공격당했다는 긴급방송과 함께 주둔지 내 모든 병력과 민간인들은 콘크리트 대피소로 피했다. 휴대전화를 제외한 통신도 두절됐다. 미군은 현장을 봉쇄하고 추가 테러에 대비했다.

윤 병장은 부대원들의 맏형 노릇을 도맡아했고, 쾌활한 성격에 책임감이 강한 병사였다고 부대 관계자는 전했다. 김성열(26) 하사는 “윤 병장은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부대의 분위기 메이커였다”며 “오늘 아침에 ‘잘 갔다 오겠다’며 나가던 밝은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IED의 공포=IED는 이라크와 아프간 현지 저항세력들이 사용하는 일종의 ‘사제 폭탄’이다. 주로 도로나 땅속에 매설하거나 몸속에 감춘 뒤 유선이나 무선 조종기를 이용해 터뜨린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이라크전에 파병된 미군 사망자 중 44%가 IED에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지 미군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로 평가되고 있다. 2004년 자이툰부대가 처음 파병돼 쿠웨이트에서 이라크로 이동할 때도 IED가 상당수 발견돼 다른 길로 돌아가기도 했다.

▽군 당국 대책=합참은 치안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해 온 아프간에서 폭탄테러로 한국군이 사망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병부대인 다산부대와 의료지원부대인 동의부대는 파병 이후 지금까지 미군의 이중 삼중 방호가 이뤄지는 바그람 기지 안에서 재건과 의료지원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부대 밖으로 나가 활동할 때는 자체 경계병(해병대) 20여 명이 조를 나눠 엄호하지만 출입증 교부를 위해 위병소를 출입할 때는 미군이 경계하므로 별도의 경계병력이 동행하지 않는다. 합참 관계자는 “탈레반들이 활동하는 아프간 남부지역과 달리 바그람 기지는 위협 요인이 적고 사고 직전에도 별다른 테러 첩보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고 나흘 전인 23일에도 합참은 자이툰부대에는 테러 첩보를 하달하고 방호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지만, 다산·동의부대는 위해요인이 없다고 보고 별다른 조치를 지시하지 않았다.

현재 이라크에는 자이툰부대 병력 2100여 명이, 아프간에는 다산·동의부대 200여 명이 주둔 중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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