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고궁박물관(서울 경복궁 경내) 지하 전시실에서 1년여에 걸친 조립작업 끝에 최근 자격루의 복원을 마쳤으며 세종 때 물의 흐름을 이용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시험 가동에 성공했다”며 “11월 일반 공개를 앞두고 현재 오차 조정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이번 자격루 복원 및 작동 성공은 남문현(제어 및 생체공학) 건국대 교수가 1980년대 중반부터 ‘세종실록’ 기록 등을 토대로 자격루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기 시작한 지 20여 년, 1990년대 중반 남 교수와 문화재청이 복원 작업에 본격 착수한 지 10여 년 만에 이룬 쾌거다.
그동안 남 교수가 실험실에서 자격루 모델을 만들어 작동하는 데 성공한 적 있으나 자격루를 원형 그대로 복원한 뒤 전통 방식으로 작동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원 춘천시가 2001년 공지천 조각공원에 자격루를 복원한 바 있으나 이는 전통 방식이 아니라 별도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복원 및 작동 성공은 15세기 한국 과학의 우수성을 확인하는 한편 한국과학사 연구에 있어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원형 복원된 자격루는 가로 6m, 세로 2m, 높이 6m로 고궁박물관의 전시실 한 곳을 모두 채울 정도로 큰 규모다.
자격루는 물의 흐름을 이용해 인형이 종, 징, 북을 쳐서 시간을 알려 주는 첨단 물시계다. 하루를 2시간씩 나눈 12지시(오후 11시인 자시, 오전 1시인 축시 등)마다 종을 울리고 밤 시간인 5경(오후 7시인 1경∼오전 3시인 5경)에는 북과 징을 울리도록 함으로써 혼동을 피할 수 있다.
12지시에는 각각의 시간에 해당하는 동물 인형(자시의 쥐, 축시의 소 등)이 뻐꾸기시계처럼 시보상자 구멍에서 튀어 오르도록 했다.
남 교수가 밝힌 작동 원리에 따르면 자격루는 물시계의 기본인 물의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다시 일정한 시차로 구슬과 인형을 건드리도록 설계한 완벽한 자동제어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남 교수는 “15세기 당시 중국과 이슬람의 기술에다 우리의 탁월한 제어계측 기술을 결합해 세계적인 보편성과 독창성을 구현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2005년 국보 230호 혼천시계(渾天時計) 복원과 작동에 성공했던 전상운(한국과학사) 문화재위원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고 독특한 자격루가 성공적으로 복원되고 작동에 성공해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 6개월 동안 물의 흐름과 구슬의 움직임 속도를 관찰하면 2, 3분 이내로 오차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큰 기대를 보였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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