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의 첨단과학 다시 숨쉰다…자격루 복원-작동 성공

  • 입력 200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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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과 남문현(제어 및 생체공학) 건국대 교수는 최근 15세기 최첨단 물시계인 자격루(自擊漏)를 500여 년 만에 복원해 전통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실험실에서의 작동 테스트는 있었지만 자격루를 그대로 복원해 실제 작동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격루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기 시작한 지 20여 년 만의 일이다. 무엇보다 이는 우리 전통 과학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쾌거로 평가받고 있다. 박물관 측은 11월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전시실에서 복원된 자격루를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크기는 가로 6m, 세로 2m, 높이 6m. 사진 제공 국립고궁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과 남문현(제어 및 생체공학) 건국대 교수는 최근 15세기 최첨단 물시계인 자격루(自擊漏)를 500여 년 만에 복원해 전통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실험실에서의 작동 테스트는 있었지만 자격루를 그대로 복원해 실제 작동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격루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기 시작한 지 20여 년 만의 일이다. 무엇보다 이는 우리 전통 과학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쾌거로 평가받고 있다. 박물관 측은 11월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 전시실에서 복원된 자격루를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크기는 가로 6m, 세로 2m, 높이 6m. 사진 제공 국립고궁박물관
16세기에 다시 만든 자격루 서울 덕수궁 경내에 있는 국보 229호 자격루. 이는 장영실이 제작한 자격루의 전체 모습이 아니라 16세기에 다시 만든 자격루 중 일부(물항아리)에 해당한다. 사진 제공 문화재청
16세기에 다시 만든 자격루 서울 덕수궁 경내에 있는 국보 229호 자격루. 이는 장영실이 제작한 자격루의 전체 모습이 아니라 16세기에 다시 만든 자격루 중 일부(물항아리)에 해당한다. 사진 제공 문화재청
1434년 조선 세종 때 과학자 장영실(생몰 연대 미상)이 만들었던 최첨단 물시계 자격루(自擊漏)가 5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원형 복원돼 실제 작동에 성공했다.

소재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고궁박물관(서울 경복궁 경내) 지하 전시실에서 1년여에 걸친 조립작업 끝에 최근 자격루의 복원을 마쳤으며 세종 때 물의 흐름을 이용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시험 가동에 성공했다”며 “11월 일반 공개를 앞두고 현재 오차 조정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이번 자격루 복원 및 작동 성공은 남문현(제어 및 생체공학) 건국대 교수가 1980년대 중반부터 ‘세종실록’ 기록 등을 토대로 자격루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기 시작한 지 20여 년, 1990년대 중반 남 교수와 문화재청이 복원 작업에 본격 착수한 지 10여 년 만에 이룬 쾌거다.

그동안 남 교수가 실험실에서 자격루 모델을 만들어 작동하는 데 성공한 적 있으나 자격루를 원형 그대로 복원한 뒤 전통 방식으로 작동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원 춘천시가 2001년 공지천 조각공원에 자격루를 복원한 바 있으나 이는 전통 방식이 아니라 별도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복원 및 작동 성공은 15세기 한국 과학의 우수성을 확인하는 한편 한국과학사 연구에 있어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영실의 자격루는 원래 경복궁 경회루 앞에 설치됐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현재 덕수궁 경내에 전시 중인 국보 229호 자격루는 16세기에 다시 만든 것으로 그것도 온전한 모습이 아니라 물항아리 등 일부 부품만 남은 것이다. 기존 1만 원짜리 지폐 앞면에 도안된 자격루가 바로 이것이다.

이번에 원형 복원된 자격루는 가로 6m, 세로 2m, 높이 6m로 고궁박물관의 전시실 한 곳을 모두 채울 정도로 큰 규모다.

자격루는 물의 흐름을 이용해 인형이 종, 징, 북을 쳐서 시간을 알려 주는 첨단 물시계다. 하루를 2시간씩 나눈 12지시(오후 11시인 자시, 오전 1시인 축시 등)마다 종을 울리고 밤 시간인 5경(오후 7시인 1경∼오전 3시인 5경)에는 북과 징을 울리도록 함으로써 혼동을 피할 수 있다.

12지시에는 각각의 시간에 해당하는 동물 인형(자시의 쥐, 축시의 소 등)이 뻐꾸기시계처럼 시보상자 구멍에서 튀어 오르도록 했다.

남 교수가 밝힌 작동 원리에 따르면 자격루는 물시계의 기본인 물의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다시 일정한 시차로 구슬과 인형을 건드리도록 설계한 완벽한 자동제어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남 교수는 “15세기 당시 중국과 이슬람의 기술에다 우리의 탁월한 제어계측 기술을 결합해 세계적인 보편성과 독창성을 구현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2005년 국보 230호 혼천시계(渾天時計) 복원과 작동에 성공했던 전상운(한국과학사) 문화재위원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고 독특한 자격루가 성공적으로 복원되고 작동에 성공해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 6개월 동안 물의 흐름과 구슬의 움직임 속도를 관찰하면 2, 3분 이내로 오차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큰 기대를 보였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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