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없는 부모님 건강… 효도는 ‘눈치’입니다

  • 입력 200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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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맞아 오랜만에 찾은 고향집에는 푸근한 향수만 있는 게 아니다. 낡아가는 오랜 집처럼 늙어가는 부모의 모습도 있다. 주로 명절에만 고향 집을 찾는 이들에게 부모의 그러한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효도’라는 말이 머리에 떠오르지만 어떻게 해 드려야 할지 난감하다. 부모님을 늘 보살펴 드리지 못한다면 설 연휴 동안만이라도 눈썰미를 키워 보자. 부모들은 대개 자식에게 아프다는 이야기를 잘 안 하기 때문에 자녀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평소에 넘기고 지나치기 쉬운 증세를 유심히 보면 부모의 건강을 점검해 볼 수 있다.》

○ 문가나 화장실 옆에서 주무시는 부모

밤에 화장실에 수시로 가는 부모는 문가나 화장실 옆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을 보더라도 시원하지 않은 부모에게는 최근 소변 줄기가 약해지지는 않았는지 잠자다 오줌이 마려워 깨지는 않는지 여쭤 보는 게 좋다.

대개 남자는 ‘전립샘 비대증’, 여자는 ‘과민성 방광’이 있으면 이런 증세를 보이지만 대부분 노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으로 생각하고 지나치기 쉽다.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윤하나 교수는 “전립샘 비대증이나 과민성 방광이면 하루에 한 번만 복용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약이 있다”면서 “화장실을 두 시간 이내로 자주 가고 소변이 마려워 잠을 깰 정도라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과민성 방광이 있다면 술은 물론 카페인 함유 음식, 탄산음료, 신 과일주스, 꿀, 설탕과 매운 음식 등은 먹지 않는 게 좋다. 또 남자들은 설 연휴에 과음을 하다가 전립샘 비대증이 악화돼 소변이 안 나와 응급실을 찾는 경우도 많다.

○ 몸에서 파스 냄새가 나는 부모

파스 냄새는 부모의 건강 상태를 알아채는 데 효과가 있다.

무릎 부위에만 집중적으로 파스를 붙였다면 퇴행성 관절염일 확률이 크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한참을 쉬어야 한다거나 걸을 때 쩔뚝쩔뚝 걷고 다리의 모양이 휘어지는 것 같다면 검진을 받는 게 좋다.

만약 어깨 부위에만 집중적으로 파스를 붙였다면 오십견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오십견은 어깨의 관절낭이 노화되면서 염증이 생겨 통증을 부르는 질환.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김용욱 교수는 “노인의 경우 외상이 없이도 근육이 약해지거나 넘어질 때 팔로 땅을 짚으면 어깨 근육이 쉽게 손상돼 오십견이 잘 생긴다”면서 “심한 경우 잠을 잘 때도 통증이 있으므로 조기에 진찰을 받아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마취제나 식염수, 근육이완제 등의 약제를 어깨 근육 내 통증 유발점에 주사하면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허리에 파스를 집중적으로 붙이고 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면 척추압박 골절을 의심해 봐야 한다. 척추압박 골절은 골다공증이 주원인. 최근에는 척추에 특수 주삿바늘을 꽂고 그 바늘을 통해 골 시멘트를 주입하기만 하면 끝나는 주사법이 개발되어 과거에 비해 치료 비용이 저렴해졌고 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을 필요도 없다.

목에 파스가 많이 붙어 있다면 팔이 저리거나 팔 힘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여쭤 보자. 단추를 잘 못 꿰거나 젓가락질을 못하는 등 미세한 동작이 힘겨워 보일 때는 목 디스크 등을 의심할 수 있다.

○ 걸음걸이가 이상한 부모

행동이 느려지고 덜덜 떨리는 손 때문에 생활에 불편을 느낀다면 치매나 중풍의 전조 증상으로 의심하기 쉽지만 다른 증상일 개연성도 있다.

행동이 서서히 느려지고 종종걸음을 걸으며 손 떨림 증상이 나타난다면 치매, 중풍보다는 ‘파킨슨병’인지 의심해 봐야 한다.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해 생기는 파킨슨병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0명에 1명꼴로 나타날 만큼 드물지 않은 질환이다. 흔히 주위 사람들에게 ‘행동이 굼뜨다’ ‘느리다’ ‘멍청하다’ ‘힘이 없다’ 등의 말을 듣는다. 어깨나 등이 짓눌리면서 아프고, 온몸이 굳어 불쾌감이나 통증이 잘 일어나며, 많이 진행됐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실수로 자꾸 넘어져 다치기도 한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허리를 약간 구부린 상태에서 상체를 든 채 마치 오리가 걷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요추관 협착증’을 의심해야 한다. 척추의 노화로 척추 뼈 속에 신경이 지나는 척추관이 좁아지는 병이다. 대부분 허리가 아프면 디스크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중년을 넘기면 디스크보다 협착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더 많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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