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안정…두뇌발달…의사들도 인정하는 ‘포옹의 힘’

  • 입력 2007년 1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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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경영권 갈등을 빚었던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 부자가 최근 만났다. 아들은 갈등을 푼 뒤 아버지에게 “껴안아 주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국적으로 시작된 ‘프리 허그(Free Hugs)’ 운동의 열기는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산업교육 전문회사인 ㈜유답은 27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과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서 직원 100명이 행인들을 상대로 프리 허그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 운동은 2년 전 한 호주 청년이 시드니에서 프리 허그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행인을 무작정 안아 주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허그’(포옹)는 사람들에게 긴장감을 풀게 하고 위안을 준다. 프리 허그 운동을 하는 이들은 ‘삭막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감을 치유하고 행복을 나누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포옹의 힘’은 단순히 정신적인 치유에 그치지 않고 신체를 건강하게 만든다.

○ 포옹의 건강학

2003년 미국정신신체학회는 ‘안아 주면 건강해진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심리학 연구팀이 포옹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부부 또는 연인 100쌍 가운데 50쌍에게 손을 잡은 채 재미있는 비디오를 보게 하고 비디오가 끝난 뒤 20초 동안 포옹을 하게 했다.

나머지 50쌍에게는 아무런 신체 접촉 없이 비디오를 보게 했다. 상영이 끝나고 참가자 모두에게 최근 받았던 스트레스를 2∼3분 동안 이야기하도록 했다.

그 결과 서로 접촉이 없었던 쌍은 접촉한 쌍에 비해 혈압, 심장박동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늘어나는 코르티솔 호르몬 분비량도 많았다. 접촉이 몸을 편안하게 한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송동호 교수는 “어린아이에게 포옹, 마사지 등 신체 접촉을 하면 호흡, 심장박동, 혈당처럼 사람의 의지로 제어할 수 없는 자율신경계가 안정된다”며 “성인도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신체 접촉의 효과는 이미 입증되어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과 박준동 교수팀이 1997년 11월∼1998년 8월 병원에 입원한 미숙아 30명 가운데 절반에게 10일 동안 하루 세 번씩 마사지를 했더니 체중이 285g 늘고 신체 성장에 따라 늘어나는 스트레스 유발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과 에피네프린이 줄었다. 반면 마사지를 받지 않은 미숙아들은 10일간 체중이 251g만 늘고 스트레스 호르몬도 줄지 않았다.

○ 말보다 큰 언어, 포옹

스킨십은 어린이의 두뇌 발달에도 기여한다. 아이들은 안겨 있을 때 기분을 좋게 하고 기억력을 높이는 신경전달물질인 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이 증가한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자주 안겼던 아이들의 뇌에서는 나중에 안기지 않더라도 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이 나오게 된다고 한다. ‘안아 주면 아이들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송 교수는 “약간의 술이나 달콤한 음식도 기억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며 “포옹은 인간관계의 ‘초콜릿’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백 마디 말보다 소중한 단 한번의 포옹.’ 프리 허그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프리 허그 코리아가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실제로 포옹은 말보다 더 광범위한 언어다. 말은 전달하는 의미가 하나에 불과하지만 포옹 등 비언어적 표현은 의미가 여러모로 확장돼 받는 사람이 원하는 의미까지 전달한다는 점에서 더 유용한 도구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아이가 무언가에 화가 나 비뚤어진 행동을 한다며 상담하러 오는 부모에게 ‘말로 가르치려 들지 말고 일단 안아 주라’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옹이 실제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포옹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부터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을지대병원 정신과 유제춘 교수는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포옹에 대해 더 큰 신체적, 정신적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저항감이 없기 때문”이라며 “낯선 사람을 무조건 안아 주는 것과 부부나 연인, 가족끼리 안을 때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한다.

프리 허그는 현대인들의 내면적 삭막함을 치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퍼포먼스형 운동이다. 유 교수는 “일단 가까운 사람들과 스킨십을 자주 나누고 마음을 여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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