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실험실

  • 입력 2007년 1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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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사지 치료 장면. 환자의 정상적인 오른팔을 거울장치를 통해 환상팔이 위치한 신체 왼편에 보이게 하면 팔이 없는데도 계속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이 즉각 사라지는 효과를 낳는다. 사진 제공 바다출판사
환상사지 치료 장면. 환자의 정상적인 오른팔을 거울장치를 통해 환상팔이 위치한 신체 왼편에 보이게 하면 팔이 없는데도 계속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이 즉각 사라지는 효과를 낳는다. 사진 제공 바다출판사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실험실/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샌드라 블레이크스리 지음/신상규 옮김·551쪽·1만8000원·바다출판사

미국에서 활약하는 인도 출신의 신경과학자 라마찬드란 박사는 뇌 과학을 대중화하는 데 특별한 재주를 지닌 학자다. 지난해 초 뇌 과학을 소개한 KBS 다큐멘터리 ‘마음’을 통해 국내에도 소개된 그는 샌디에이고 소재 캘리포니아대 심리학 및 신경과학 교수이자 뇌인지연구소 소장이다. 그는 특히 자연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뇌 과학의 연구성과를 ‘자아란 무엇인가’, ‘의식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인가’와 같은 인문학적 질문과 연결해 풀어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내과의로서 시각 지각을 연구하다가 신경증 분야로 이동한 그가 1998년 신경증 환자들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펴낸 이 대중과학서는 뇌 과학이 열어젖힌 자아-주체-영혼의 실체를 추적한다.

그가 소개하는 신경증 사례는 말 그대로 ‘환상적’이다. 사고로 팔다리가 없어졌는데도 계속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환상사지 현상, 사고로 시력을 상실한 뒤 생생한 시각적 환각을 경험하는 찰스 보닛 증후군, 뇌에 중상을 입은 뒤 자신의 부모가 복제인간과 같은 가짜라고 믿는 카프그라 증후군 등등.

미친 것으로 간주됐던 이들 증상의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는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뇌 속의 유령’을 발견한다. 이들 증세는 뇌의 자기보전 메커니즘의 산물이다. 이에 대한 치료는 수술과 같은 물리적 치료가 아니라 뇌 스스로를 납득시킬 때 가능하다. 예를 들어 환상사지 환자의 경우 성한 팔을 거울을 통해 그렇지 못한 반대편 팔에 비춰 줌으로써 눈으로 보는 팔의 정상적 모양과 환상팔의 감각을 대비시켜 뇌 스스로 환상팔의 고통 내지 감각을 포기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임상시험 결과를 통해 ‘뇌 속의 유령’이 뇌 신경조직 활동의 산물임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런 과학적 연구결과를 철학적 질문으로 되돌려 우리의 신체와 독립된 비물질적 영혼 개념을 부인한다. 그는 우리가 자아라고 믿는 것은 감각, 감정, 실행, 기억을 맡은 뇌가 독자적 정보를 통합할 때 생기는 맹점이나 그 공백을 메우는 ‘유령’들을 통해 형성되는 일종의 ‘환상’이라고 설명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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