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보다 베짱이로… 젊을때 즐겨라”올해 기상천외이론들

  • 입력 2006년 12월 23일 02시 56분


코멘트
《지고(至高)한 학문의 세계도 현실 세계에 접목할 수 있을 때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 올해도 세계 학계는 논문과 학술지를 통해 유익하거나 기상천외한 갖가지 이론을 쏟아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 최근호가 1년 동안 학술계의 성과를 뒤져 ‘2006년을 빛낸 이론 74가지’를 선정 발표했다.》

●‘개미와 베짱이’ 우화 다시 읽기

장래를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미루는 것은 행복을 가져다줄까. 랜 키베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개미와 베짱이’ 우화의 이 같은 메시지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컬럼비아대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조사 시점에 따라 ‘일’과 ‘파티’에 대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 것. 일주일 전에 공부나 일 대신 파티를 택했던 학생들은 ‘그 선택이 후회스럽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5년 전 선택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전혀 다른 반응을 나타냈다. 5년 전의 일에 대해서는 당시 파티 대신 일을 선택했던 학생들이 ‘후회스럽다’고 답변했다.

키베츠 교수는 졸업 후 40년이 되는 컬럼비아대 동문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젊은 시절을 즐기면서 보냈던 동문들은 대체로 “잘한 선택이었다”고 대답한 반면 일만 하면서 지낸 동문들은 “젊었을 때 좀 더 인생을 즐겨야 했는데 후회가 된다”고 답변했다. 키베츠 교수는 이를 ‘원시(遠視·멀리보기)의 오류’라고 말했다. 미래만 염두에 두고 현재를 희생하면 장기적으로는 후회하게 된다는 것이다.

●적(敵)의 적(敵)은 나의 친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제관계에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법칙이다. 그런데 개인 간의 우정에서도 똑같은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제니퍼 보손 사우스플로리다대 심리학과 교수가 밝혔다. 그는 조사 참가 대학생들의 친구 관계를 파악한 뒤 어떤 요소가 우정을 굳건하게 하는지를 분석했다.

결과는 특정 개인을 똑같이 싫어한다는 점이 우정의 강력한 뒷받침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를 ‘부정에 기초한 우정(Negativity Friendship)’이라고 불렀다.

●숨어 있는 수익을 찾아라

프린터 생산업체들은 잉크젯 프린터를 광고할 때 항상 저렴한 비용을 강조한다. 실제로 100달러 미만인 잉크젯 프린터가 수두룩하다.

그러나 프린터 회사는 프린터를 팔아서가 아니라 실제로 잉크 판매를 통해 돈을 번다.

호텔도 마찬가지. 파격적으로 싼 객실 요금으로 손님들을 유치한 뒤 전화요금, 미니 바 수입 등을 통해 이윤을 늘린다. 데이비드 라이브손 하버드대 교수는 이를 ‘감춰진 요금 경제’로 이름 붙였다. 그런데 똑똑한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저렴한 호텔을 잡은 뒤 통화는 반드시 휴대전화로 하고 맥주는 밖에서 사 갖고 와서 마시는 부류다.

●동거하면 여자의 건강이 나빠진다

영국 뉴캐슬대의 어밀리아 레이크 연구원은 동거 커플들의 건강 상태를 ‘동거 이전’과 ‘이후’로 나눠 체크한 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여자들은 동거 이후 체중이 늘어나고 건강이 나빠진 반면 남자들은 건강 상태가 좋아진 것. 레이크 연구원은 이를 ‘수렴 효과’로 설명했다.

동거 이후 상대방의 식습관을 닮아가면서 여자들은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더 자주 먹게 됐다. 여자가 남자에 비해 상대방에게서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것도 한 이유로 지적됐다.

●외교관 주차위반 딱지로 본 부패지수

레이먼드 피스먼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1997년 이후 뉴욕 시가 유엔본부에 근무하는 외교관들에게 발부한 주차위반 딱지 15만 건을 분석했다. 북유럽 국가와 캐나다 외교관들은 거의 주차위반을 하지 않았다. 반면 이집트, 수단, 불가리아, 앙골라, 쿠웨이트 외교관들은 수시로 딱지를 발부받았다. 그는 유엔 주재 외교관들의 주차위반 발부 건수와 세계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지수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외교관 주차위반 부패지수’라고 명명했다.

●배가 고프면 머리가 좋아진다

타머스 호배스 예일대 교수는 생쥐 실험을 통해 배고픈 생쥐가 배부른 생쥐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배가 고플 때 뇌에서 발생하는 물질이 허기를 느끼는 뇌세포뿐만 아니라 지적인 기능을 하는 뇌세포까지 활성화하기 때문. 그는 “이 때문에 생쥐는 배가 고플 때 먹이를 좀 더 잘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도 중요한 시험이나 인터뷰를 앞두고는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