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올해의 인물 ‘You’

  • 입력 2006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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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은 이 유력 잡지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한다. 타임이 뽑은 첫 ‘올해의 인물’은 1927년 세계 최초로 비행기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였다. 마하트마 간디(1930년), 윈스턴 처칠(1940년), 마틴 루서 킹(1977년), 빌 게이츠(2005년) 등 위인뿐 아니라 아돌프 히틀러(1938년) 같은 독재자도 들어 있다. 이오시프 스탈린은 1939, 42년 두 번 올랐다. 1982년에는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뽑히더니, 올해는 ‘당신(You)’이 선정돼 이채롭다.

▷타임이 ‘당신’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You Tube), 미국판 싸이월드인 마이스페이스 등 새로운 디지털 프레임의 등장에 있다. 타임의 평론가 레브 그로스먼은 “전 세계 언론의 통제권을 누르고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의의 틀을 만든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놀이에서만큼은 전문가들을 누르고 아무런 대가 없이 일한 ‘당신’이야말로 올해의 인물”이라고 밝혔다.

▷하루 페이지뷰만 1억여 건인 유튜브는 지난해 2월 등장한 이래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미국 사회의 지평을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 지난달 7일 미국 중간선거의 판도를 결정한 것도 유튜브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수많은 블로거가 후보자의 실수나 꼴사나운 장면, 위선과 모순되는 언행을 카메라에 담아 즉각 유튜브에 올렸다. 후보자들은 상대 후보나 거대 언론이 아니라 이름 없는 ‘1인 미디어’들과 힘겨운 전쟁을 벌여야 했다.

▷인터넷 앨범 사이트 플리커나 누리꾼이 편집하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도 ‘보통 사람’이 이루어낸 인터넷 혁명의 사례다. 국내에서는 사이버상에서 한국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찾아내 시정하는 ‘반크’나 황우석 사태의 방향을 튼 젊은 과학자 사이트 ‘브릭스’의 활약상이 돋보였다. 결국 ‘당신’은 권력과 정보의 독점에 대한 반대 개념이다.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당신’의 새로운 변신과 활약상이 더 궁금해진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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