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118>天視自我民視, 天聽自我民聽

  • 입력 2006년 10월 2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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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정치를 하는 사람은 때에 따라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흉년이나 홍수, 가뭄이 들거나 일식이 일어나면 그들은 이런 현상을 하늘이 분노한 것으로 보았다. 그들은 항상 자신의 정치에 대한 하늘의 뜻을 알고자 했다. 하늘의 뜻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書經(서경)에는 ‘天視自我民視(천시자아민시), 天聽自我民聽(천청자아민청)’이라는 말이 있다. ‘天’은 ‘하늘’이라는 뜻이다. ‘視’는 ‘보다’라는 뜻이다. ‘視點(시점)’은 ‘보는 관점’이라는 말이 된다. ‘自’에는 ‘스스로, 몸소, ∼로부터, 좇다, 따르다, 비롯되다’라는 다양한 뜻이 있다. ‘自招(자초)’는 ‘스스로 불러오다’라는 의미이므로 이 경우의 ‘自’는 ‘스스로’라는 뜻이며, ‘自初至終(자초지종)’은 ‘처음부터 끝까지’라는 뜻이므로 여기서 ‘自’는 ‘∼로부터’라는 뜻이다. 그러나 위의 글에서는 ‘좇다, 따르다, 비롯되다’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我’는 ‘나’라는 뜻이므로 ‘我民’은 ‘나의 백성’이라는 말이 된다. ‘聽’은 ‘듣다’라는 뜻이다.

이를 정리하면 ‘하늘이 보는 것은 내 백성이 보는 것을 따르고, 하늘이 듣는 것은 내 백성이 듣는 것을 따른다’라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하면 나의 정치를 하늘이 어떻게 보는가 궁금하면, 나의 정치를 내 백성이 어떻게 보는가에 주목하라는 것이고, 나의 정치에 대해 하늘이 어떠한 소문을 듣고 있는지 궁금하면 나의 정치에 대하여 내 백성이 어떠한 소문을 내고 있는지를 들으라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백성의 시각이 곧 하늘의 시각이고, 백성의 판단이 곧 하늘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옛날에도 이와 같이 백성의 판단은 하늘의 판단으로 인식돼 왔다. 이런 원리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의 정치인이 하늘의 뜻을 알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국민의 뜻을 살펴볼 일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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