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예수’ 복원한 안병무 다시 읽기

  • 입력 2006년 10월 1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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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은 1970, 80년대 ‘민중신학’의 토대를 닦았던 안병무(1922∼1996·사진) 전 한신대 명예교수의 10주기가 되는 날. 이를 기념해 안 교수의 삶과 신학을 조망하는 ‘안병무-시대와 민중의 증언자(김명수·살림)이라는 전기와, ‘죽은 민중의 시대-안병무를 다시 본다’(김진호 외·삼인) 등 두 권의 책이 출간됐다.

안 교수의 민중신학은 남미와 제3세계의 해방신학과 함께 국내 신학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독일 유학 과정에서 실존신학에 매료됐던 그는 1970년 전태일 분신 사건을 계기로 실존적 자아를 넘어 노동자 농민 등 민중에서 신학적 기초를 찾는 민중신학에 천착한다.

그가 찾은 민중신학은 한마디로 ‘민중의 시각으로 바라본 성서’다. 역사적 예수의 구원 대상은 ‘오클로스(ochlos)’, 즉 당시 소외됐던 가난한 사람, 창녀, 정치적 핍박을 받던 민중이다. 그는 성경의 문자적 교조적 해석을 비판하면서 ‘역사비평학’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그러면서 예수가 살았던 시대를, 그 기록(성경)을 실제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으로 재해석해 압제에 저항했던, 민중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형상을 그려냈다.

이 같은 민중신학은 군사독재정권 시절 기독교 내 진보적 교단에 사회 참여의 근거를 제공했고 그 스스로도 함석헌 선생, 김재준 문익환 문동환 목사 등과 함께 민주화 투쟁에 참여했다.

한편 10주기를 맞아 16일에는 ‘지구화시대 예수·민중·평화’를 주제로 민중신학의 현재적 의의를 조망하는 국제 심포지엄도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 폴커 퀴스터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교수, 박종화 경동교회 담임 목사, 일본 성공회 사제인 가야마 히로토 신부 등이 주제 발표를 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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