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출산 뒤 몸매 걱정마세요”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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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사려다가도 ‘아기 낳으면 못 입을 텐데’ 하죠. 동생이 1월에 출산했는데 평소 45kg이던 몸무게가 20kg이 넘게 불어 몸이 풍선처럼 되더니 우울증 비슷한 증상도 보이더라고요. 그거 보니까 더 겁나요. 연예인들요? 전담 트레이너가 붙어서 가르쳐 주고 식단도 짜 주고 전문 클리닉 다니고 매일 출근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아기를 가지려고 하는 30세 회사원 이윤주 씨)

임신을 앞둔 여성들에겐 육아 문제가 가장 큰 걱정. 그러나 ‘산후 비만’으로 인한 몸매 걱정도 그에 못지않다. 출산이 몸매 관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출산 때문에 ‘아줌마’가 돼 버릴까 봐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출산한 지 몇 달 만에 임신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연예인들은 이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올해 1월 딸을 낳은 탤런트 정혜영을 만났다. 회색 원피스에 은빛 플랫 슈즈를 신은 그는 임신 전과 똑같은 모습, 오히려 더 편안해 보였다.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지나던 여성이 그를 보며 말했다. “똑같이 아기를 낳았는데 이렇게 달라요?”

○임신전보다 더 날씬해져

“임신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일보다 가정을 중시하는 편이고, 연예인이기 이전에 한 남자의 아내니까. 솔직히 몸은 망가져요. 절실히 느껴요. 그렇지만 누구나 겪는 일이고 그게 자연의 섭리잖아요.”

아이는 계획 임신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가졌다. 임신 중 13kg이 불었다. 임신 중에도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이 있다고 하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먹고 싶은 대로 먹되 밤늦게 먹는 것만 피했다. 밀가루 음식이나 과자는 피하고 닭고기 등 고단백 음식과 유기농 야채를 많이 먹었으며 매일 1시간 정도 남편(가수 션)과 함께 산책을 했다.

자연 분만으로 아기를 낳은 그의 몸무게는 출산 뒤 아기의 체중보다 조금 더 빠지는 데 그쳤다. 그래도 모유를 먹이기 위해 하루에 다섯 끼씩 먹었다. 모유 수유의 효과는 놀라웠다. 아무 것도 안했는데 한 달 동안 10kg 가까이 빠졌다.

두 달째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헬스클럽에 가서 15분 걷고 근력운동을 40분 했다. 집에 와서도 저녁에 트레드밀에서 시속 5km 정도로 천천히 1시간을 걸었다. 아침과 점심은 먹고 싶은 대로 먹었고 저녁은 두유와 과일 주스로 대신했다. 비만 클리닉에 다니거나 특별한 관리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근육이 단단해지고 체지방이 감소해 결혼 전보다 2kg이 더 줄어든 46kg이 됐다. 그는 “근육이 생기면서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져 최근에는 세 끼를 다 먹어도 살이 찌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남편의 도움 덕분에 성공

션, 정혜영 부부는 도우미를 두지 않고 가사와 육아를 함께 한다.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주고 운동할 때 아기를 봐 주기 때문에 성공적인 감량이 가능했다.

“보통 주부들이 운동하고 싶어도 아기 보느라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자랑 같지만 전 결혼 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거나 화장실 청소를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남편이 다 해주거든요. 제가 피곤해하면 알아서 해 놓고 생색도 안 내요. 제가 다이어트할 때 혼자 맛있는 걸 먹지 않고 음식도 제가 먹는 대로 같이 먹죠.”

정혜영은 먹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그는 “살을 빼야 하기 때문에 맛있는 것을 못 먹는다며 짜증낼 게 아니라 채소를 먹으면서 ‘이건 내가 원래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참을 수 있다”고 했다.

남편 션도 “무슨 일을 하든 과정의 어려움에 집중하면 우울해지지만 그 덕에 얻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기쁘다”고 거들었다.

정혜영은 아기가 너무 예뻐 ‘하늘이 허락하는 한’ 여러 명을 낳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힘든 살 빼기를 또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뭐 어때서요? 임신하면 아기를 안전하게 해 주려고 배에 지방이 생기는 거예요. 또 열심히 운동하면 되죠, 뭐.”

○‘할리우드 맘’들의 다이어트

정혜영의 소박한 다이어트에 비하면 할리우드 스타들의 다이어트는 상상을 초월한다. 뉴욕데일리뉴스에 따르면 배우 귀네스 팰트로는 2004년 5월 첫 딸 애플을 낳고 요가로 살을 뺐다고 했지만 영국 신문들은 그가 위험한 속성 다이어트를 했다고 비난했다. 올해 4월 아들 모세를 또 낳은 그는 밀가루 음식이나 유제품, 카페인과 설탕이 든 것을 먹지 않고 산후용으로 특수 제작된 거들을 입는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마이클 더글러스의 부인인 배우 캐서린 제타 존스는 산후 체중 감량을 위해 요리사 영양사 트레이너 등 전문가들을 대거 고용했다. 찰리 신의 전 부인인 배우 데니스 리처드는 산후 6주부터 일주일에 4번씩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했으며 ‘존(zone) 다이어트’를 실시했다. 존 다이어트란 인슐린이 적절하게 분비되도록 탄수화물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4 대 3 대 3의 비율로 섭취한다.

독일 출신의 모델 하이디 클룸은 출산 두 달 만인 지난해 11월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무대에 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피플지에 따르면 그는 트레이너인 데이비드 커시를 로스앤젤레스의 집으로 불러 함께 하루 두 차례 강도 높은 운동을 했다.

오전에는 요가와 섀도 복싱을, 오후에는 45분간 경사진 트레드밀에서 뛰는 유산소 운동을 했다. 클룸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단백질 셰이크를 마시고 오전 10시에 달걀 흰자로 만든 오믈렛, 점심은 올리브유에 살짝 튀긴 브로콜리와 껍질을 벗긴 닭고기, 간식으로 10∼12개의 아몬드를 먹고 저녁에는 단백질 셰이크나 칠면조 고기를 먹었다.

○모유 수유와 운동이 최선

연예인 엄마들이 좋은 신체 조건을 타고난 데다 감량을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보통 여성들과는 다른 점. 그러나 적게 먹고 운동하는 고통은 누구에게나 같다.

클룸은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이 방영하는 ‘101 셀러브리티 슬림다운’에서 말했다.

“요령 같은 건 없어요. 그저 운동뿐(There′s no trick to it. You just have to work out).”

특히 피플지는 “할리우드 엄마들이 가지지 못한 단 한 가지는 시간”이라고 했다. 몇 달 만에 완벽한 모습으로 패션쇼에 서고 영화를 찍어야 하기 때문. 영화 때문에 출산 뒤 석 달 동안 30kg 이상 빼야 했던 배우 케이트 허드슨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지쳐 엉엉 울 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하루 세 시간씩 운동했다.

정혜영도 “중국에 CF 촬영을 하러 갔을 때 다른 스태프가 모두 맛있는 중국 음식을 먹는 동안에도 챙겨 간 두유를 마시며 버텼다”며 “아무래도 팬들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CF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 준 탤런트 김남주도 산후 조리를 한 뒤 주변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열심히 운동했다. 소속사 라이브코드의 이태영 이사는 “조금이라도 먹으면 바로 걸었고 촬영 전에는 며칠씩 채소와 물만 먹는 단식을 할 정도로 프로 의식이 투철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마리산부인과 홍순기 원장은 “임신 중 과식하지 말고 세 끼를 골고루 잘 먹고, 출산 6주 이후부터 운동과 식사 조절을 하면 몸매를 관리할 수 있다”며 “굳이 ‘몸이 재산’인 연예인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임신 기간 중 저체중(BMI 19.8 미만)은 12.5∼18kg, 정상 체중(19.8∼26)은 11.5∼16kg, 과체중(26∼29 미만)은 7∼11.5kg, 비만(29 이상)은 7kg 미만의 몸무게가 늘어나는 게 적당하다. BMI는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 너무 많이 살이 쪄도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임신 중에는 체중을 감량해서도 안 된다. 이 범위에서 찌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노화방지 클리닉인 라끄리닉 드 파리 청담점 이기문 원장은 “여성이 출산 뒤 몸매가 망가지는 것은 실제로 신체 나이가 들기 때문이 아니라 ‘산후 비만’ 때문”이라며 “운동과 모유 수유가 최선이며 특히 모유 수유는 허벅지와 엉덩이의 피하 지방을 소모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글=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사진=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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