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에 세계가 또 놀라다

  • 입력 2006년 5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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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의 연구 성과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과학 코리아’의 위상을 높였다. 파킨슨병의 발생 메커니즘 규명, 자폐증의 원인 유전자 발견, 전기가 잘 통하는 플라스틱 개발 등 3건의 연구 성과가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와 ‘뉴런’ 4일자에 동시에 발표됐다. 난치병 치료제 및 차세대 전자통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파리 대상 유전자 실험 파킨슨병 매커니즘 밝혀
KAIST 정종경 교수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정종경(鄭鍾卿·43·사진) 교수팀은 3일 “‘파킨(Parkin)’과 ‘핑크1(PINK1)’이라는 유전자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세포 내 에너지 생산 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뇌질환인 파킨슨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부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 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파킨이나 핑크1 유전자를 제거해 파킨슨병에 걸리게 한 초파리(왼쪽)와 정상 초파리의 가슴 부위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모습. 파킨슨병에 걸린 초파리는 근육세포가 손상돼 겉모양이 울퉁불퉁하게 변형됐다. 사진 제공 KAIST

연구팀은 파킨과 핑크1 유전자의 구조가 사람과 50% 이상 동일한 초파리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서는 파킨을, 다른 그룹에서는 핑크1을 제거했다.

그 결과 두 그룹 모두 뇌신경세포와 근육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지거나 아예 망가졌다.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하게 되면서 초파리는 더는 걷거나 날지 못했다.

정 교수는 “핑크1을 제거한 초파리에서 파킨의 양을 늘리자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파킨이 어떤 경로로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조절하는지 알아내면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금속처럼 전기 잘 통하는 실험용 플라스틱 만들어
이광희-이석현교수팀

부산대 물리학과 이광희(李光熙·45) 교수와 아주대 분자과학기술학과 이석현(李碩炫·54) 교수 연구팀은 3일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아닐린이란 물질을 구리, 알루미늄 등 금속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기가 흐르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내 연구진이 금속처럼 전기가 잘 통하는 플라스틱을 처음 개발한 것.

이 연구는 한국과학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 4일자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폴리아세틸렌)은 1977년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앨런 히거 교수가 처음 개발했다. 히거 교수는 이 공로로 200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으며 이번 연구에도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폴리아세틸렌은 온도가 떨어지면 전기 저항이 커지고 전기적 성질이 금속에 미치지 못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

폴리아닐린은 흔히 실험용으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의 일종. 연구팀은 폴리아닐린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세한 기름방울을 첨가하면 전기가 금속에서처럼 잘 전달되는 새로운 플라스틱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플라스틱 물질이 금속처럼 빛을 잘 반사시키는 성질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광희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폴리아닐린은 전자통신 분야에서 즉시 상용화가 가능하다”며 “잘 휘어지는 성질 때문에 둘둘 말아 다닐 수 있는 디스플레이나 입는 컴퓨터, 태양전지 등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기자 kunta@donga.com

자폐증 일으키는 유전자 생쥐의 뇌에서 처음 찾아
권창혁교수 美연구팀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의료센터 권창혁(權昌赫·38·사진) 연구교수는 3일 “생쥐의 뇌에서 ‘Pten’이라는 유전자를 제거하자 사회성 결핍이나 발작 등 자폐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미국 과학자들과 공동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과학저널 ‘뉴런’ 4일자 온라인판 특집기사로 소개됐다.

자폐 환자는 사회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데다 자해(自害)행위, 주의산만, 과민반응 등의 증세를 보인다.

지금까지는 자폐 환자의 뇌가 정상인에 비해 15% 정도 크거나 작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발병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Pten유전자는 자폐증상뿐 아니라 뇌 크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10개월 된 정상 쥐의 뇌(왼쪽)와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자폐성 생쥐의 뇌. 사진 제공 뉴런

연구팀은 Pten이 제거된 생쥐가 정상 생쥐에 비해 동료들에게 관심이 없고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등 사교성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둥지 만들기나 교미, 새끼 양육에 서투르고 약한 빛과 같은 작은 자극이 주어질 때 쉽게 발작을 일으켰다.

권 교수는 “생쥐의 비정상적 행동은 자폐 환자의 모습과 유사하다”며 “사람에게도 Pten이 같은 역할을 하는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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