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의 ‘가족哀史’

  • 입력 2006년 3월 2일 0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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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鄭鎭奭·사진) 추기경의 아버지가 일제강점기에 사회주의운동을 하다 광복 후 월북해 북한 정부의 고위직을 지낸 뒤 숙청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는 정 추기경이 북한 선교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데는 이 같은 아픈 가족사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은 지난달 28일 밤에 올린 ‘정진석 추기경께 드리는 편지-개인의 아픔과 민족의 화해’ 기사에서 정 추기경의 아버지가 1950년대 북한에서 공업성 부상(차관)을 지낸 정원모(鄭元謨)라고 밝혔다.

정원모는 1931년 여름 ‘조선공산당 재건 국내공작위원회 사건’의 핵심 인물로 구속돼 3년의 옥고를 치렀으며 1944년 다시 ‘공산주의자협의회 사건’으로 구속돼 경기도경에서 조사 받던 중 광복을 맞아 석방된 사회주의 운동가였다. ‘조선공산당 재건 국내공작위원회 사건’을 보도한 1933년 4월 28일자 동아일보 호외 1면 머리기사에는 핵심 인사 중 한 사람으로 정원모의 얼굴 사진이 실려 있다.

1931년 12월생인 정 추기경은 부친이 처음 체포될 당시 태중에 있었으며 옥고를 치르고 나온 부친이 새 가정을 꾸리면서 인연이 끊어져 부친의 얼굴을 모른 채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는 역관 출신인 정 추기경 부친이 일본으로 건너간 뒤 소식이 끊긴 것으로 알려져 왔다.

서울대교구 홍보 관계자는 1일 “정 추기경께 프레시안의 보도 내용을 말씀드렸더니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추기경은 “어렸을 때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하고 자랐다”면서 “모친으로부터 아버지가 일본으로 간 뒤 연락이 끊겼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말했다는 것. 정 추기경은 이어 “어른이 되고 난 다음에 보도 내용과 유사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세히 더 알아보고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고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전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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